FA계약 연봉보다 계약금 비중 높은 이유는

입력 2014-12-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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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윤성환(오른쪽). 스포츠동아DB

팀 성적에 영향 받는 선수단 페이롤 고려
선수도 최고연봉 타이틀 부담·목돈 매력

2014시즌 샌프란시스코 우승 공신인 메이저리그 프리에이전트(FA) 최대카드 파블로 산도발은 보스턴과 5년 총액 9500만 달러(약 1057억원)의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었다. 세부 조건은 조금 복잡하지만 계약금은 300만 달러(약 33억원)다. 계약금은 말 그대로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이기 때문에 보스턴은 전체 액수의 3.1%만 산도발에게 지급했다.

최근 한국 FA시장은 미국과 다르다. FA시장이 폭등했지만 연봉 자체는 계약 총액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대신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두산과 4년 계약한 장원준(29)은 계약금 40억, 연봉 10억, 옵션 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보장액수 80억 원 중 절반인 40억원이 계약금이다. 삼성에 남은 윤성환(33)은 총액 80억 원 중 계약금이 연봉 총액 보다 많은 48억원이다. LG와 총액 50억 중 18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은 박용택(35) 정도가 상식적인 수준의 연봉계약일 뿐 대부분 계약금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왜 이런 유형의 계약이 프로야구 전체 흐름이 됐을까. 그 속엔 현실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한 팀 단장은 “한 해 예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단 페이롤(payroll 급여총액)은 팀 성적에 영향을 받고, 갑자기 큰 폭 상승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례로 연봉 20억원에 계약한 선수가 있다고 치자. 팀이 4강에 탈락해 페이롤이 축소되면 연봉 20억원 선수는 20억을 무조건 가져가기 때문에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 몫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서 계약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팀 실무자는 “선수들이 최고연봉 선수라는 타이틀에 부담감을 가진다. 계약금이 많을 경우 세금 부담은 높지만 목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는 것에도 매력을 느낀다.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연봉은 매년 평균연봉과 각 포지션별 연봉 등을 자세히 계산해 프로야구 역사에 오래도록 남는다.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시대별 프로야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다. 여기에 계약금은 포함되지 않고 연봉만 계산한다. 계약금이 수 십 억원에 이르는 초고액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이 통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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