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년 롯데 시무식에서 조원우 감독(가운데)이 강민호(왼쪽)를 새 주장으로 발표한 뒤 지난해 캡틴인 최준석에게 수고의 뜻을 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만약 롯데가 이종운 감독 체제를 2016년에도 유지했더라면 주장은 누가 됐을까. 정답은 강민호(31)다. 이 전 감독은 2015시즌 말미에 이런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11일 롯데 조원우 신임 감독의 선택도 다르지 않았다. 강민호는 “사실 이틀 전인 9일 주장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강민호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웃었지만, 이미 롯데 클럽하우스의 실질적 무게중심이 ‘강민호 세대’로 이동한 현실은 어느 감독이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민호를 필두로 손아섭(28), 황재균(29) 등이 이제 롯데의 팀 분위기를 이끄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2008년부터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는 동안 롯데에는 조성환, 홍성흔, 이대호 등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고참들이 팀을 떠나거나, 기량이 쇠퇴하면서 라커룸 내의 리더십이 애매해졌다. ‘야구를 잘해야 말발도 서는’ 속성상, 롯데의 분위기는 자유분방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날 조 감독의 지적대로 팀이 어려운데도 웃고 다니는 선수가 나타나는 등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다. 2015년 롯데가 홈런 같은 개인성적은 탁월한 데 비해 번트, 희생타, 볼넷 같은 지수에선 최하위를 면치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조 감독은 아예 클럽하우스의 권한을 팀 전력의 중추인 ‘강민호 세대’에게 위임시키는 방편을 택했다. 이들에게 배려와 책임을 모두 안긴 것이다. 롯데의 전력구성상 필연적으로 이들 ‘강민호 세대’ 없이는 단기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이 야구할 맛이 나도록 믿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 감독은 판단한 셈이다. 강민호의 주장 선임, 손아섭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제외 등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강민호는 “감독님께 ‘올 시즌 2할대 초반 타율을 올려도 좋으니 144경기에 전부 출장하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말했다. ‘신뢰를 보내겠으니 팀을 위한 헌신으로 보답해달라’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