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김경선이 묻다 “당신의 이별은 어떤 색인가요?”

입력 2017-03-27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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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해머가 느릿느릿 음울하게 현을 때린다. 커피를 타놓고 천천히 수저를 젓는 듯한 도입이다. 할 말이 있는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여자가 있다. 침대에 몸을 기댄 여자는 폰을 들여다보다가 행복한 얼굴로 이불 속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아침. 노래가 시작된다.

뮤지컬배우 김경선이 첫 번째 싱글을 냈다. ‘이별, 색’이란 제목의 노래다.
가요계에서는 새로운 얼굴이겠지만 뮤지컬 팬들에게 ‘김경선’이란 이름은 납덩이처럼 묵직하다.


뮤지컬 ‘더 씽 어바웃 맨’에서 김경선이 보여준 1인 13역의 연기는 전설급으로 회자된다. 2009년 ‘자나돈트’에서 로버타 역할을 맡아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시카고’의 마마모튼 역시 잊을 수 없다. 당시 김경선이 마마모튼을 맡았을 때 큰 화제가 됐다.

해외 오리지널 스태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던 김경선의 마마모튼이었다. 김경선은 세계를 통틀어 최연소 마마모튼이기도 했다.

‘이별, 색’은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여성의 심경을 그린 노래이다.

‘오늘 아침에 받은/헤어지자는 문자메시지/아니길 난 바랬지/그냥 장난 친 거라고.’


담백한 피아노 솔로로 시작한 ‘이별, 색’은 이윽고 2관 편성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연주로 연결된다. 프로듀서 TL이기호가 이끄는 메디치 이펙트 팀과 JMstyle이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총괄 프로듀서 TL이기호는 이현우, 마야, JK김동욱 등의 앨범 녹음 및 전국투어 라이브 세션 등 각종 음악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11년 제19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신세대 작곡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이별을 감당해야 하는 여자의 마음을 그린 섬세한 가사도 마음을 움직인다.

‘미안해/이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니’로 시작해 ‘부족했니/많이 힘들어했던 거니’를 거쳐 ‘사랑해/이 말로는 널 붙잡을 순 없겠지/용서할게/편하길 행복하길’로 이어지는 감정선이 꿰매 이어붙인 곳 하나 없이 부드럽다.

분노는 체념을 찍고 용서를 향해 나아간다. 거침이 없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 걸음이다. 그게 더 아프다.


김경선은 ‘이별, 색’을 절제하며 아껴 불렀다. 후반부에서 김경선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 하나로만 화면을 채운다. 일명 ‘김경선 액센트’라 불리는 특유의 억양과 바이브레이션도 누르고 눌렀다.

소리를 절제하니 대신 가사가 살아났다. 빈 공간이 가사가 피워낸 향기로 가득해졌다.

이 노래는 이별과 색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별은 ‘용서’란 이름의, 또 다른 사랑으로 치환되어 버린다.

궁금한 것은 색깔이다. 김경선은 ‘이별, 색’에서 이별의 색깔에 대해 들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부와 후반부 의상의 화이트, 블랙의 대비가 힌트가 되어줄 수 있을까.

세상엔 사람의 머릿수만큼이나 많은 사연이 있고, 사연은 그 만큼의 이별을 복제한다. 역시 이별의 수만큼이나 많은 이별의 색깔이 있을 것이다.

이 노래는 이별에 상처받고, 이별의 색깔에 물들며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다.

이 노래 ‘이별, 색’은 종내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이별은, 어떤 색인가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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