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칸 영화제 못가면 “올림픽 노 메달”?

입력 2017-03-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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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곡성’. 사진제공|레드피터·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

‘부산행’ ‘곡성’ 지난해 영화제 후광효과
칸 출품여부가 당락 좌우 분위기 불편

아직 확정은커녕 출품 여부를 밝히는 데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런데도 경쟁을 부추기는 과잉 열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5월17일 프랑스 칸에서 개막하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이다.

칸 국제영화제는 매년 한두 편씩 한국영화가 빠짐없이 초청 상영되면서 국내 작품이 세계로 향하는 중요한 기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산행’과 ‘곡성’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돼 화제를 모았고, 그 여파가 개봉까지 지속돼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들이 일찌감치 거론되고 있다. 단순히 출품 여부를 전망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아직 윤곽도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심지어 개막작 혹은 폐막작이 유력하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초청이 확실시된다는 식의 전망과 보도 역시 경쟁적으로 잇따른다.

이렇게 거론되는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비롯해 류승완 감독의 일제강점기 시대극 ‘군함도’, 홍상수 감독이 지난해 프랑스 칸에서 촬영한 ‘클레어의 카메라’, 신수원 감독의 새 영화 ‘유리정원’ 등이다. 여러 시선과 관심을 받지만 이들 제작진은 칸 국제영화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자꾸 언급되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을 마친 영화들은 사실을 공개하길 꺼린다. 영화제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기 전까지 몸을 낮추고 말을 아끼지만 여기저기서 추측이 난무하는 탓에 말 못할 고충을 겪는 경우도 많다. 만약 초청받지 못했을 경우 작품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락한 영화’라는 인식이 관객에 먼저 각인될 수도 있다. 영화계에서는 칸 국제영화제 출품 여부를 마치 ‘당락’의 분위기로 판단하는 것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영화 해외 배급사 관계자는 27일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원하지 않는 감독과 영화는 없다”며 “그만큼 제작진이 간절히 바라는 기회이지만 초청 받지 못할 경우 마치 경쟁에서 탈락한 것처럼 비치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경쟁부문에서 상영하는 작품일 경우에는 수상 여부에 대해서도 지나친 관심이 쏠린다. 영화제를 마치 레이스에 오른 작품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듯 과열된다. 이를 두고 2012년 ‘돈의 맛’ ‘다른 나라에서’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은 “칸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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