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메디. 사진제공|IBK기업은행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 메디는 슈퍼우먼이다. 11일까지 V리그 여자부 득점(501점)과 공격종합 2위다. 득점에서는 인삼공사 알레나(502점)에 불과 1점 밀린다. 공격종합에서도 43.10%로 GS칼텍스 듀크(43.26%) 다음이다. 후위공격과 퀵오픈은 전체 1위다.
더욱 경이로운 사실은 공격에만 전념하는 포지션인 라이트를 맡고 있는 알레나, 듀크와 달리 메디는 서브 리시브를 겸하는 레프타 자원이다. 메디는 리시브와 수비에서도 전체 8위다. 디그는 6위다. 공수 양면에 걸쳐 V리그 톱클래스 플레이어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초반 예상 이상의 고전을 했다. 새로 영입한 세터 염혜선과 센터 김수지가 팀의 패턴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남지연(흥국생명 행)의 이적으로 발생한 리베로에서도 약점이 발생했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서서히 저력을 발휘하며 어느덧 5연승(12승6패 승점35)이다. 1위 도로공사(승점 38)에 승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메디가 초인적으로 버텨준 덕분이다.
지난 시즌 등록명이 리쉘이었던 메디. 사진제공|IBK기업은행
메디는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MVP였다. 당시 등록명은 리쉘이었다. 메디슨 리쉘이 메디의 이름이다. 그런데 IBK기업은행과 재계약에 성공한 후, 등록명 변경을 요청했다.
그 이유가 메디의 주관 뚜렷한 성품을 짐작케 한다. “그때는 메디가 갓 결혼을 했다. (미국식 관례에 따라) 남편의 성을 따랐다. 그러나 이제 결혼 2년 차인데 ‘굳이 계속 그럴 필요가 있겠나. 내 원래 이름으로 하겠다’고 하더라”고 IBK기업은행에서 사연을 설명했다.
결혼을 했어도 남편은 남편이고, 자신은 자신이라는 확고한 자기 주체성의 표현이 ‘메디’라는 등록명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소신을 가진 여성이기에 IBK기업은행에서 맡은 엄청난 일들을 어깨가 썩 좋은 상태가 아님에도, 몸 사리지 않고 해내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규정에 따라 이번 시즌이 끝나면 메디와 IBK기업은행은 결별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왕조’를 이룬 역대급 외국인선수로 기억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