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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힘든 감독 경질의 후폭풍이 거세다. 경기에선 4연승을 내달리고 있지만, 선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 모두 웃지 못하고 있다.
얼떨결에 감독 대행을 맡은 김 코치는 8일 기업은행전을 승리로 이끈 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면서도 “코칭스태프에도 분명 동요가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들 마음속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최근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털어놓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김연경 등 일부 선수들은 ‘구단이 선수기용에 개입했다’며 구단과는 상반된 입장에 섰다. 맏언니 김해란은 “이틀 동안 마음을 추스르기 바빴다. 이것저것 상황이 겹치다 보니 마음을 잡는 게 힘들었다”면서 “(김)연경이도 없는데 나까지 동요하면 후배들이 흔들릴 것 같아서 참고 있는데,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무거운 표정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외국인 선수 옐레나도 “나보다는 한국 선수들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 힘들어할 것이다. 같이 잘 이겨내고 싶다”며 빨리 수습되기를 바랐다.
구단 실무자들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언론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 채 쩔쩔 매고 있다. 신임 감독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흥국생명 김해란(왼쪽)과 김연경. 사진제공 | KOVO
팬들도 뿔이 났다. 경기장에선 ‘행복배구’라고 적힌 클래퍼를 들고 항의했고, 장외에선 ‘배구는 스포츠지, 구단의 인형놀이가 아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붙이고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팬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행복배구는 요원해 보인다. 우승을 향해 힘을 모아야할 때 비상식적인 이유로 감독의 지휘봉을 빼앗은 구단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