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보낼 수 없어’ 장충에서 홈 분위기 만든 흥국생명 팬들의 외침 [현장리포트]

입력 2023-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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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22-2023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인천 흥국생명의 여자부 경기가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득점을 올린 후 포효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사랑해요! 김연경!”

흥국생명-GS칼텍스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가 펼쳐진 19일 장충체육관에 울려 퍼진 팬들의 외침이다. ‘배구여제’ 김연경(35)의 은퇴를 바라지 않는 간절함에 장충체육관의 분위기는 흥국생명의 안방을 방불케 했다.

김연경의 은퇴가 가까워졌다.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한 15일 페퍼저축은행과 홈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은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구단과 이야기 중이고 시즌이 끝나기 전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김연경이 거취를 직접 언급하면서 은퇴는 기정사실화됐다.

흥국생명 구단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벌써 은퇴 후 행보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거나, 두각을 나타냈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일부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임기가 1년여 남은 유승민 위원에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번 시즌 김연경이 은퇴를 결심할 만한 이유들이 많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시즌 후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는데, 계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여자부 선두로 올라선 현재 상황도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의 말에 딱 들어맞는다. 권순찬 전 감독의 경질 사태 등 구단과 껄끄러운 관계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22-2023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인천 흥국생명의 여자부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배구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연경과 2013~2014시즌부터 4시즌 동안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호흡을 맞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탈리아)이 19일 선임돼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아본단자 감독으로선 다음 시즌 최상의 전력을 위해 김연경의 현역 연장을 설득하고 FA 계약을 맺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비자 및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GS칼텍스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결국 김연경이 배구 코트와 작별을 결심한다면 GS칼텍스전은 사실상 ‘은퇴 투어’의 시작점이다. 김연경이 은퇴를 결정할 경우 구단과 한국배구연맹(KOVO)은 시즌 막판을 은퇴 투어로 꾸미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흥국생명 팬들이 먼저 움직였다. 이번 시즌 15번째 만원관중(3312명)이 입장한 가운데 1층과 2층 원정석을 가득 채운 팬들은 경기 내내 김연경의 이름을 연호했다.

장충 |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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