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대신 마이크 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의 이심전심 [김현세 기자의 여기는 도쿄]

입력 2023-03-10 1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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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1)는 국가대표팀의 푸른 유니폼이 아닌 남색의 깔끔한 정장을 입고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벌어진 일본 도쿄돔을 찾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 국제무대인 2017년 제4회 WBC가 끝난 지도 어느덧 6년이 흘렀다. 그의 손에는 방망이가 아닌 마이크, 그의 자리는 타석이 아닌 중계석이 됐지만,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대표팀 융니폼과 같이 ‘KOREA‘가 깊게 새겨져 있는 듯하다.

10일 일본과 대회 본선 1라운드(B조) 2차전이 펼쳐진 도쿄돔에서 만난 이대호는 “(9일 호주전을 해설하면서) 정말 이겼으면 좋겠더라. 은퇴한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경기 도중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고, 선수 땐 이러지 않았는데, 손에도 땀이 계속 나더라”며 해설위원으로 처음 나선 소감을 전했다.

이대호의 해설위원 데뷔전은 공교롭게도 대표팀이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도 7-8로 아쉽게 진 호주전이었다. 대표팀은 이날 아쉬운 장면을 적잖이 보였다. 강백호는 회심의 안타를 날려 너무 기뻐한 나머지 세리머니 도중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됐고, 박해민은 3루주자로 누상에 있다가 상대가 홈을 비웠는데도 판단 실수로 득점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나도 국가대표로 뛰어봤다. 첫 경기가 주는 부담감은 정말 크다. 수년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 대회일 텐데, 실력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져 지진 않는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져도 누구 한 명의 탓이 아니다. 지면 다 못한 것”이라며 “선수들도 지켜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화가 나고, 분하기까지 하다.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응원했다.

이대호는 숱한 국제무대를 뛴 대표팀 최고의 타자였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베이징올림픽과 2009, 2013, 2017년 열린 제2, 3, 4회 WBC와 2015프리미어12 등 누비지 않은 무대가 없다. 이 가운데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등 영광의 순간에도 늘 함께였다. 나라를 대표해 뛰는 부담감을 너무도 잘 아는 그는 “후배들이 지면 마음이 아파 잠도 잘 못 자겠더라. 나도 이런데, 선수들은 잘 잘까 걱정이 됐다”며 “아직 대회가 끝난 건 아니지 않느냐.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 나도 ‘잘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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