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대표팀에는 한국야구의 중흥기를 이끈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을 제외하면 20대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 김광현, 양현종의 후계자로 불린 구창모(NC 다이노스), 이의리(KIA)는 이번 대회에서 그 자격을 입증할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호주전(9일) 패배로 승리가 절실했던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사활이 걸린 일본전(10일) 선발로 김광현 카드를 꺼낸 데서도 드러나듯 세대교체는 요원함이 재확인됐다.
대표팀의 젊은 투수들에게는 호주전부터 커지기 시작한 눈 덩이를 막아낼 힘이 모자랐다. 호주전에선 4-2로 앞선 7회초 구원등판한 소형준(KT 위즈)이 고작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1안타 1사구 2실점으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 승부처에서 믿고 쓰기로 한 양현종(0이닝 3실점)마저 흔들리면서 이 감독으로선 이날 저조한 컨디션을 보인 투수들의 일본전 기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난감한 상황 속에 일본전에 나선 영건들도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무너졌다. 그 중 김윤식(LG 트윈스)은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 채 몸에 맞는 공 1개와 볼넷 2개로 3실점했고, 이의리는 0.1이닝 동안 볼넷을 3개나 남발했다. 이의리의 투구수 22개 중 스트라이크는 7개에 불과했다. 이의리와 함께 큰 기대를 모은 구창모 역시 이날 0.1이닝 2안타 2실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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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곽빈(0.2이닝), 정철원(0.1이닝·이상 두산 베어스), 김원중(0.1이닝·롯데 자이언츠), 정우영(0.2이닝·LG) 등 이날 등판한 대부분의 투수들은 1이닝을 소화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이 감독은 12일 체코전 선발등판을 앞둔 박세웅(1.1이닝 무실점·롯데)을 당겨쓰는 고육책으로 간신히 콜드게임 패배를 모면했다. 이 경기로 대표팀의 평균자책점(ERA)은 11.12(17이닝 21자책)까지 급격히 올라 참가국 중 압도적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이번 대표팀을 구성한 KBO 기술위원회의 기대는 분명했다. 김윤식에게는 11경기에서 ERA 2.68로 맹활약한 지난해 후반기, 이의리에게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보여준 패기와 10승 투수로 거듭난 모습을 바랐을 것이다. 게다가 연령대 자체는 세대교체를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몸을 잘 관리한 베테랑은 여전히 건재했고, 리그에서든 국제대회에서든 그들을 능가하는 선수가 없으면 연령대가 아무리 낮아도 세대교체가 어렵다는 점만 드러났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