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감당 못 한 ‘이강철호’, 방파제는 박세웅뿐이었다

입력 2023-03-12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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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쓴 에이스’ 박세웅(28)이 벼랑 끝에 몰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서도 실질적 에이스로 활약했다.

박세웅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체코와 대회 본선 1라운드(B조) 3차전에 선발등판해 투구수 59개로 4.2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 호투로 활약했다. 마운드의 잇단 난조로 애를 먹은 이번 대표팀에선 박세웅이 투수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투구로 긴 이닝을 실점 없이 소화했다. 9, 10일 펼쳐진 호주, 일본과 1, 2차전에서 잇달아 진 대표팀은 박세웅의 호투로 실낱같은 2라운드(8강전) 진출의 꿈을 좀더 키웠다.

박세웅은 대표팀의 에이스나 다름없다. 일본전에선 9점차로 뒤진 7회말 2사 2·3루서 구원등판해 첫 타자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8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아 콜드게임 패배 위기에 처한 대표팀을 가까스로 구했다. 이날 등판한 대표팀의 투수 10명 가운데 7명이 1이닝을 막는 것조차 버거워했는데, 이강철 대표팀 감독을 2일 뒤 체코전 선발등판을 앞둔 박세웅을 당겨 써 더 큰 수모를 겨우 면했다.

박세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세웅은 대표팀 안에서도 투구 컨디션이 뛰어난 선수로 분류돼왔다. 이날 투구 내용이 말해준다. 체코 타자들은 4회까지 박세웅의 공을 골라 볼넷 출루하거나 쳐내지 못했다. 박세웅은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올리거나 직구로 허를 찌르는 등 변화무쌍한 투구로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1회초 2사 후부터는 4연속타자 삼진으로 기세를 더욱 높였다. 5회초에야 선두타자 마틴 체르벤카에게 이날 첫 피안타인 2루타를 허용했는데, 후속타자 마테이 멘식과 마르틴 무지크를 잇달아 삼진 처리해 안정감을 이어갔다.

박세웅은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2021년 열린 2020도쿄올림픽에선 4경기 평균자책점(ERA) 2.45(3.2이닝 1실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0.82로 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으로 대표팀 마운드의 중심을 잡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겨울에도 괌에서 진행한 소속팀의 1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국내에 남아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이동 시간과 누적될 피로도 등을 계산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대표팀 투수들 중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지만, 구원등판만 해 아쉬움을 남긴 도쿄올림픽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서도 벤치의 기용 타이밍이 못내 아쉽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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