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꾸는사람들]비보이최동욱“배틀의제왕,형은나의꿈”

입력 2008-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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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보라색 바지 입고 돌 때 되게 멋있었는데, 기억나? 그 바지 동대문에서 샀지?” “앗. 그거 동대문에서 산 거 아냐. 그리고 나만 잘 춘 건 아니잖아? 다 잘 췄지.(으쓱)” 형들이 멋있어서, 형들만 믿고 무작정 춤을 시작했다. 3월 2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비보이 대회 ‘R-16 코리아 스파클링, 경기 2008’의 우승팀 ‘갬블러 크루(Gambler Crew)’의 막내 최동욱 씨(19)는 언제나 형이 최고다. 형이 없었다면, 형들의 비보잉이 없었다면 인생은 참 재미없었을 테니깐. 형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꽤 지루하게 살고 있을 거다. 갬블러가 한창 이름을 날리던 무렵, 최동욱 씨는 오디션을 봤다. 아주 잘 춘 건 아니다. 그래도 잘 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형들에게 보여줬다. 규상: 동욱아! 너 처음 들어왔을 때 춤 별로였다. 그거 알아? 그런데 귀엽더라고… 참 기특했지. 열심히 하려는 게 딱 보였으니깐.” 동욱 : 50대 1 ! 경쟁률 높았어. 50대 4였나? 규상 : 그 때 다른 사람들은 기본 스타일만 보여줬는데, 너는 다른 걸 보여주려고 애썼잖아. 비보이는 계속 춤을 창조해야 하는데, 네가 잘 할 거라고 믿은 거야. 동욱 : 비보이 사이트에 밤마다 들어가 연구하고. 배틀하는 거 상상하고 그러는데… 규상 : 너 우리 동경했다고 그랬잖아. 동욱 : 친구들 세 명이서 ‘88크루’로 활동했는데 그 때부터 형네 팀에 들어오고 싶었어. 용마산 배틀 대회에서 처음으로 1등하면서 자신감도 얻었거든. 형은 가장 기억나는 배틀이 언제야? 규상 : 난 작년에 미국 ‘프리스타일세션’에서 준우승한 게 제일 기억에 남지. 그 대회는 내 10대 시절 꿈이었어. 9년 전이었나? 외국 자료 얻기도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하이텔· 나우누리 그런 거 쓸 때 있잖아. 어렵게 수소문해서 거의 다 ‘썩어가는’ 비디오테이프 구했거든. 그런데 테이프 플레이하고서 진짜 심하게 충격 받았어. 저렇게 잘 할 순 없다고… 프리스타일세션 녹화 테이프였어. 그 대회에 내가 나가게 됐으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 그때 ‘갬블러’가 참 잘 했거든. 미국 텃세 때문에 우승은 못 했지만. 그게 거기 대회 10주년 기념 공연이라서 한국팀이 우승하긴 힘들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거기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갬블러가 더 잘 했다고 외치더라. ‘갬블러! 갬블러!’ 우리 이름을 불러주는데, 소름이 돋았어. 무대에서 내려올 때 다들 다가와서 ‘너희가 진정한 1등이야’라고 말해주니깐 되게 감동받았지. 동욱 : 나도 세계 대회 나가서 내 이름을 알리는 게 꿈이야. 그런 날이 오겠지? 규상 : 당연하지. 지금 멈추면 안 돼. 1:1 배틀에서도 난 꼭 우승할 거야. 비보이는 연습과 끈기와 표현력이 우선이란 거 알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말고, 너만의 춤을 만들어내야 해! 규상 씨는 ‘배틀오브더이어’ 북유럽 예선전 게스트 공연에 초청돼 주말 프랑스로 떠난다. 동생은 국내에 남아 또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연습에 매진할 것이다. 갬블러 연습장 불은 새벽 내내 꺼지지도 않을 거다. ● 술·담배? 천만에! 배틀엔 독약이죠 - 비보이는 착하다? “비보이 중에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춤추느라 다른 데에 신경도 못 씁니다. 그냥 춤이 좋아서 춤만 추는 친구들이지. ‘좀 노는’ 친구들이라는 선입견은 말도 안 돼요. 요샌 비보이 얘기가 TV나 신문에 많이 나와서 오해하시진 않지만, 어쨌든 그건 아니에요. 심지어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마셔요. 앗, 술은 좀 마시는 친구도 있는 것 같네요. 그래도 담배는 절대 안 피거든요. 1:1 댄스 배틀은 체력적으로 굉장히 강해야 해요. 한 번 하면 죽어요. 버티기 정말 힘들죠. 술이나 담배를 하면 그런 1:1 배틀은 꿈도 못 꿉니다.새벽 시간이 집중도 잘 돼서 연습을 많이 하는데, 자기가 체력 관리 안 하면 큰일 나죠.” - 재즈는 예술이고 우리는 뒷골목 양아치인가? “브레이크 댄스도 그냥 춤의 하나입니다. 살면서 춤 안 춰본 사람 별로 없잖아요. 브레이크 댄스도 그런 춤의 일종이지 별개가 아닙니다. 발레나 재즈를 하면 예술이고, 우리는 뒷골목 양아치 그런 거 아니거든요. 똑같은 춤입니다. 비보이 춤은 어떤 건지 잘 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을 뿐, 배울 수 있는 거예요.” - 비보이 대중 공연이 많아졌다?! “요새 각종 비보이 공연들이 많아져서 좋아요. 다른 팀들 공연도 다 좋아합니다. 누구는 상업적이다 힙합 정신을 버렸다 뭐 그렇게 말씀도 하시는데요. 상업적인 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비보이에 대해 관심도 가져주시고, 재미있어 하면 행복하던데요. 그리고 제 후배들도 그렇고… 하나도 돈도 못 벌면서 춤을 추라고 강요할 수 없잖아요. 그럼 선배로서 면목도 없고요. 비보이는 돈을 벌기 위해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춤을 추기 위해 돈을 법니다.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사는 거 지장 없이 벌면 되죠. 춤만 출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단 비보이들의 마니아적인 성향은 계속 지켜갈 겁니다.” - 비보잉은 예술이다? “비보이 춤은 완전히 창조예요. 기본 동작들을 익히고 나면 무조건 ‘새로워야’ 합니다. 새롭지 않으면 죽은 춤이에요. 비보이 배틀 중에 이렇게 (양 팔을 접고서 아래위로 흔든다) 동작을 보일 때가 있는데, ‘모방이다’란 야유예요. 남을 따라하는 사람은 진정한 댄서가 아닙니다. 비보이는 기본 동작들을 모두 마스터한 다음에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의무감이 있어요. '어떻게 창조됐는가’로 실력을 인정받거든요.” - 비보이들은 밤에 잠을 이룰 수 없다? “비보이들은 밤에 음악 들으면 절대 잠 못 잡니다. 계속 시뮬레이션이 자동적으로 머리에 그려져요. 잠이 확 깹니다. 머릿속으로 배틀하는 모습이 계속 상상이 돼요. 어떤 새로운 춤을 만들어볼까 자꾸 생각나서 잘 수가 없습니다. 자기 전에 비보이 음악 들으면 절대 못 자요. 가사도 없고 그냥 비트만 반복되는데도 그게 쿵쾅쿵쾅 심장을 울립니다”. ¶ - 춤을 추지 않았다면? “삶이 참 재미없었겠다 싶습니다. 얼마나 지루했을까 싶어요. 춤도 춤이지만, 각자 따로 춤추는 게 아니잖아요. 형이랑 동생들이랑 하루에 7시간 이상 같이 있어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진짜 즐겁습니다. 그런 시간이 없다면 힘들 때 못 살았을 거예요. 열심히 하는 동생들 보는 것도 고맙고요.갬블러크루에도 8명의 어린 동생들이 새로 들어왔는데 4명만 남고 모두 나갔어요. 새벽 연습도 그렇고 강행군이 계속되면 버티기 힘들어요. 별 불평 없이 열심히 하는 동료들 보면 의욕이 생깁니다. 춤을 추지 않았다면 이런 친구들을 못 만났겠죠.” ¶ - 춤 추면서 가장 힘들 때는?! “다쳤을 때 가장 힘듭니다. 춤추면서 다리랑 팔이랑 많이 다치는데 그 때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할까봐 힘든 거죠. 그래도 만일 다리를 삐면 아픈 다리는 빼고 추는 춤을 계속 상상합니다. 그런 춤을 만드는 게 또 다친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이고… 아플 때 힘들지만 또 아픈 몸으로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갑니다 비보잉은 어쨌든 완전한 창조거든요.”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 ‘갬블러 크루’ 말말말 백승완(21) = 친 형의 춤을 보고 깜짝 놀라 시작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게 내 춤의 신조. 비보이는 아트(Art)다. 임석용(21) =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 축제에서 비보이 춤을 보고 반했다. 세계 모든 땅에 내 춤의 자취를 그려줄 테다! 정형식(26) = 있으니까. 곧 죽어도 스타일이다. 멋있어서 춤이 좋다. 춤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이준학(25) =서태지와 아이들 ‘컴백홈’에 충격 받았고, 지하철에서 형들의 춤을 보고 시작했다. 생각한 것은 모두 행동으로 옮긴다는 게 내 신조다. 비보이는 내 행복의 결정체다. 홍성진(24) = 비보이 형들이 멋있어서 좋았다. 비보이는 최고의 아티스트다. 비보이 춤으로 기네스북에 꼭 도전할 테다. 홍성식(25) = 다섯 살 때 형들 보고 춤을 시작했다. 자존심보다 자신감을 보이는 댄서가 되겠다. 노력이란 단어는 배신하지 않더라. 김연수(23) = 초등학교 6학년 때 친형이 비보이를 시작해 나도 따라 갔다. 비보이는 내 인생 전부다. 조재영(23) = 친구의 춤이 멋있어 시작했다. 늘 첫마음으로 도전한다. 박선학(25) = 학교 때 친구들이 학교 복도에서 춤을 추는걸 한 번 따라해 봤는데 최고였다. 비보이는 또 하나의 내가 된 거다. 장수용 (25) = 세상에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이 멋진 아티스트가 많다는 걸 깨닫고 춤을 추고 있다. 비보이는 내 인생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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