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17살 된 우리 아이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꾸 학교를 안가고 가기 싫다고 버티니 ‘못 보내’고 있다. 아이는 1년째 집에서 지내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나는 아이를 잘 챙기지 못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홈스쿨링, 그러니까 아이를 붙잡고 앉혀서 같이 신문을 보거나 토론을 하는 따위는 꿈도 못 꾼다. 경험에 좋다고 너도 나도 보내는 외국여행을 보낼 돈도 없다. 아이는 기능 위주의 일반학원 두 곳에 다니고 있을 뿐이며 남는 시간엔 만화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한다. 물론 사람들의 걱정을 많이 듣는다. 아이가 남아도는 시간을 무기력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을 걱정하며, 그 나이가 해야 할 과업을 성취하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의문이 든다. 지금 대한민국의 10대가 그 나이에 해야 할 것들을 하고 있는가? 그 나이에 해야 할 것이 입시준비인가? 영어인가? 제도에 적응하고 경쟁을 배우는 것이 사회성을 키우는 것인가? 10대 남자애들의 마초문화에 합류하는 것이 사회성인가? 조금 다르다는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토횡단을 하는 것이 인생의 호연지기를 키우는 것인가? 해외여행을 해야만 관점의 폭이 넓어지는 것인가? 책을 많이 읽고 말을 잘하고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가시화된 결과를 보여주어야만 싹수가 있는 것인가? 나의 10대를 돌이켜 보건대 그 나이에 교실에 앉아있던 나 역시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학교에 대한 불만과 삶에 대한 회의 때문에 가출을 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회성이 생긴 것도 20대 이후의 일이고, 사실 지금도 억지로 만든 사회성이 떨어져 나가고 있을 지경이다. 배움에도, 사회화에도 각자의 속도와 형태가 있음을 인정해 주기를 정작 나 자신이 얼마나 바래왔던가. 하지만 세상은 유독 10대에게 가혹하다. 10대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임무는 강요한다. 10대는 긴 인생의 고작 10년인데 마치 그 나이가 평생을 결정할 것처럼 위협하고 협박한다. 물론 10대가 인생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나도 답이 보이지 않아 가끔은 아이를 협박한다. 답 없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에 대한 자학과 반성뿐이다. 윤 재 인 프리랜서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