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백지영은 마치 꽃이 피어나듯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 모습에서 ‘제2의 인생’을 즐기는 여유가 흠뻑 묻어났다.
백지영은 올해 2월 성대수술을 하면서 자칫 목소리를 잃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 그녀는 그 위기를 “다른 가수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골치 아플 때 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시련이 왔을 때 이겨내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것보다 잠시 쉬어가는 걸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백지영. 7집 ‘센서빌리티’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총에 맞은 것처럼’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나의 소망은 내가 이룬 걸 진정으로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는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라고 말하는 소박한 백지영을 만났다.
● “수술하고 노래를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어요.” - 벌써 7집이다. 이제 중견가수 아닌가.
“하하. 벌써 그렇게 됐네요. 새 앨범을 선보이는 일은 늘 긴장되는데 이번 앨범은 성대수술을 받은 후라 그런지 더 떨렸던 것 같아요.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되는 묘한 기분이에요.”
- 2월 성대수술을 받았는데 목이 계속 안 좋았는지.
“남모를 고충이 있었죠. 많이 아팠거든요. 목소리가 안 나오니까 스트레스도 받았고요.”
- 수술해야 한다고 진단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걱정됐죠. 원래 목소리 색을 잃는 것보다 혹 노래를 못 하게 될까봐 그게 무서웠어요.”
- 회복기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바로 활동하는 건 아닌가.
“수술하고 두세 달 쉬었어요. 병원에서 준 약을 먹으면서 녹음했고요. 신기하게도 약을 먹으면 목소리가 맑아져요. 그런데 녹음 막바지에 (방)시혁이 오빠가 약 복용 안 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약 먹지 않고 목이 잠긴 상태로 녹음했죠.”
- 수술하고 달라진 점이 있나.
“목소리를 내는 게 쉬워졌어요. 이번 앨범 타이틀을 ‘센서빌리티’라고 한 것도 감정 전달하는 게 섬세해졌기 때문이에요.”
-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던데.
“원래 앨범 제목을 ‘뉴 본(New born)’이라고 지으려고 했어요.(웃음) 주위 반대 때문에 바꿨지만. 지금 제 감성은 그대로인데 다른 목소리를 갖게 된 거잖아요. 억지로 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 새롭게 태어난 거죠.”
● “움츠려야 할 때 재충전하면 더 탄탄해지는 것 같아요.” - 그동안 넘어야할 시련이 많았던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탄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고비는 있고 몸을 한 번 움츠려야 하는 시기가 온다고 할까요. 너무 빠르면 안 좋지만 시기가 왔을 때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내가 처해있는 처지를 인정해야죠. 상황이 닥쳤을 때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쉬면서 재충전하는 것도 좋아요. 다시 일어섰을 때 더 탄탄해지니까요.”
- 연예인으로 사는 건 어떤지.
“내가 잘 하는 걸, 좋아하는 걸 평생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좋죠. 보통 세상과 타협하고, 잣대에 맞춰서 살잖아요. 저 역시 부르고 싶은 노래와 대중에게 들려주는 노래 사이에 타협하는 부분이 있지만 ‘노래’라는 아주 커다란 덩어리를 가지고 산다는 건 행복한 것 같아요.”
-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오래 고민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거든요.”
- 솔직히 말하면 만나기 전까지 조금 무서운 성격일 거라 생각했다.
“아하하. 성격이 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친해지기 전까지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친해지면 스스럼이 없어요.”
- 여성스런 면도 있는지.
“(매니저를 보며)여성스러운 면이 있겠죠?(매니저 왈:…예. 찾아보면…있겠죠.) 저 집도 굉장히 깔끔하고요. 빨래도 자주 하고. 음식도 잘 해요.”
- 정말? 오해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
“털털하고 화통하고 여장부 같은 면도 있지만 저 A형이에요. 뒤끝도 있고 그래요.(웃음)”
- 여장부 성격은 후천적인것인가.
“여자 몸으로 솔로가수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까 똑바로 서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두려워하지 않고 다른 한 발을 내딛어야하고 추진력도 있어야 하니까 성격도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제 소망은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거예요.” - 털털한 성격 덕분에 인맥도 탄탄하죠.
“저 안 그래요. 아무나 다 친한 줄 알더라고요. 유리(쿨)나 (채)리나가 다예요. (홍)경민이도 오래 되서. 아! 신지. 친한 연예인에 자기 안 꼽아주면 승질내요. 전 앞으로 동방신기와 친해지고 싶고요. 빅뱅과도 친해지고 싶어요.(웃음)”
-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참 솔직하다.
“될 수 있으면 솔직하게 살고 싶어요. 이른 데뷔도 아니었고요. 가수들 보며 노래나 만들어진 이미지에 자신이 치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전 최대한 솔직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 그럼 솔직하게 답변해달라.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요즘은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1등은 없는 것 같아요. 상 받으면 물론 좋죠. 그런데 그게 보람은 되도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2등에서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전 더 좋아요.”
- 그럼 본인에게 삶의 목적은 뭔가.
“행복한 가정이요.(웃음)” - 요즘 결혼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나. “다행히 그런 건 없어요. 저희 집에서 예능 쪽으로 풀린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세요. ‘넌 그렇게 팔자가 타고 났으니 너 질릴 때까지 해라’라고 해주세요.”
-외롭진 않은지.
“외롭다기보다 내가 뭔가를 이뤄도 혼자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 아이, 내 남편, 내 가족들이 진정으로 내 성공을 기뻐해주면 좋겠어요.”
- 지금 소원 세 가지를 빈다면.
“제 노래가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요. 이번 앨범이 잘 되서 다음 앨범에 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데 그런 교감이 너무 오래 끊기다보니까. 그런데 이거 말하면 이뤄지나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