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글쎄, 내가 들개를 닮아 캐스팅 했다더군요”

입력 2012-12-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덕제는 마치 ‘들개’를 연상시키는 강한 개성으로 영화 ‘26년’에 캐스팅됐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조덕제는 마치 ‘들개’를 연상시키는 강한 개성으로 영화 ‘26년’에 캐스팅됐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 ‘26년’ 마실장 열연한 조덕제

5·18 주범 ‘그 사람’ 지키는 마실장역
주연급 배우가 후보였는데 출연 무산
“들개 닮았다”…행운의 대타 캐스팅

98년 ‘조용한 가족’으로 스크린 데뷔
외모는 스릴러인데 내 감성은 멜로…
‘너는 내 운명’ 황정민 역이 꿈이에요

“제게 무슨 역할을 맡긴다는 거죠?”

영화 ‘26년’ 출연을 제안받은 배우 조덕제는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되물었다.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영화에 입문한 지 14년째. 출연작이 30여 편에 이르지만 ‘이름’보다 ‘얼굴’이 낯익은 그는 항상 연기에 목말라 있던 터였다.

조덕제(44)의 ‘26년’(감독 조근현) 속 역할은 완곡한 성격을 지닌 비서실장 마상렬. 5·18을 일으킨 주범 ‘그 사람’ 곁을 충직하게 지키는 냉정한 인물이지만 그 역시도 광주의 비극에 상처 입은 사람이다.

배우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결정적 역할’을 만나는 건 실력과 함께 행운도 필요하다. 조덕제가 마실장을 만난 과정도 비슷하다. 주연으로 활동해 온 한 배우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영화 제작이 지연되면서 결국 공석이 됐다. 그때 연출자인 조근현 감독은 조덕제를 떠올렸다.



“제작진 누구도 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조근현 감독이 앞서 영화 ‘고고 70’의 미술감독을 하던 때,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조 감독은 나를 두고 ‘마치 들개 같지 않느냐’고 주위에 물었다고 했다.”

조덕제는 “쉽게 말을 꺼내지 않는 마실장의 아픔을 공감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도드라지는 장면에 나오는 마실장의 대사를 꺼냈다.

“그 사람을 향해 던진 ‘나에게 명령하지 마’라는 대사는 내 얘기이기도 하다. 연극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오는 건, 참 힘든 경우의 수를 찾아가는 과정 같았으니까.”

조덕제가 연기를 시작한 건 ‘엉뚱한 우연’이 시작. 전라남도 여수가 고향인 그는 군대에서 제대할 때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여수에서 직장을 다니던 1993년 서울로 출장을 왔다. 우연히 읽은 신문기사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을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여수 사람으로 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여수와 순천이 배경인 작품이고. 당연히 출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웃음) 다짜고짜 전화번호부를 뒤져 태흥영화사(제작사) 위치를 알아냈다. 곧장 영화사로 가서 ‘임권택 감독님을 만나러 왔다’, ‘태백산맥에 출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모할 정도로. 하하!”

전라도 사투리를 쓰던 조덕제를 본 당시 ‘태백산맥’의 조연출은 그를 영화사 앞 다방으로 데려갔다. “극단에 들어가 차근차근 연기를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과 함께 극단을 소개해 줬다. 그렇게 연극 무대에 올랐다.

조덕제가 영화를 시작한 건 김지운 감독과의 인연 덕분. 같은 극단에서 활동한 ‘형’ 김지운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까지 네 편을 함께 했다. 조덕제는 “어려울 때마다 기회를 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마음을 드러냈다.

‘26년’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잇고 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덕제 역시 관객에게 각인됐다. ‘26년’ 촬영을 앞두고 “처음 유명한 숍에 가서 영화 의상을 맞추며 코끝이 찡하고 눈이 벌겋게 될 만큼 벅찼다”는 그는 하고 싶은 영화도, 해야 할 배역도 많다.

“우스갯소리로 ‘내 감정은 멜로인데 생긴 게 스릴러’라는 말을 한다. 하하!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 안에 있는 내면도 역시 나다. ‘기쿠지로의 여름’ 속 기타노 다케시나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처럼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연기를 원하고 있다. 그게 악역이든 순박한 인물이든.”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