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섭도록 냉정한 전도연 “‘굿와이프’, 내 단점 드러난 작품”

입력 2016-09-02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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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의 여왕이 됐을 때, 그는 수상을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소감을 말했다. - 물론 느끼기에 따라서 다르다 - 이후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고 영화계 대체 불가한 여배우로 꾸준히 활동했다. 그리고 2016년, 칸의 여왕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후 11년 만에 선택한 안방 차기작인 tvN ‘굿와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칸의 여왕이 선택한 드라마니 얼마나 수작일까’ 라는 식의 기대감이었다.

전도연은 종영 후 ‘굿와이프’를 추억하는 자리에서 톱 배우가 지닌 무게감을 털어놨다.

“칸에서 상을 받았을 때만해도 저는 그런 영화제 자체에 참석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 상의 무게를 잘 몰랐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무식해서 용감했던 거 같아요. 어떻게 울지도 않고 소감을 말했을까 싶죠. (웃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고 칸의 여왕이 주는 무게를 떨쳐내려고 노력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전도연에 따르면 ‘굿와이프’는 그녀 안에 있는 감정을 털어내고 즐기려고 선택한 작품이었다. 물론 촬영이 시작된 후 전도연은 자신의 선택을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칸에서 상을 받은 후부터 저는 ‘진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연기할 때의 내 감정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편한 작품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선택해왔었는데...이번 ‘굿와이프’는 감정을 한번 열어보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마음에서 선택한 작품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진짜. 하하”


“나 자신이 기특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하는 전도연은 촬영 내내 잠자기를 포기했다. 그는 “처음 1부~4부 대본을 받고 부담스러웠다. 법조계 전문 대사는 물론 소화해야할 대사량이 많았고 못 외울까봐 불안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나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지 않길 바랐고 잠 대신 대본을 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아 나도 촬영하다가 쓰러지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어요. (웃음) 영양제뿐만 아니라 음식도 정말 많이 챙겨먹었죠. 그 약 기운 때문에 16부작까지 버틴 건지 체력적으로 적응이 된 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힘든 기억만큼이나 좋았던 추억도 많아요.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통해 또 인사드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김혜경 캐릭터는 전도연이 기혼이기 때문에 더 이채롭게 표현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도연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또 전도연은 이태준(유지태)과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하는 김혜경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이에 대해 그는 “김혜경은 용서가 아닌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고, 포용은 굉장히 현실적인 사랑 방법”이라고 말했다.

“제가 꿈꾸는 사랑도 판타지인 거 같아요. 현실에선 느낄 수 없죠. 하지만 ‘굿와이프’ 속 사랑은 현실적이에요. 사랑보다 중요한 무언가, 내가 책임져야할 것을 이야기하거든요. 저도 남편이 있지만 제가 굿와이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평범한 아내죠.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사는 거 같지도 않고요. (웃음) 어렸을 때는 사랑이 제 전부였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결혼이라는 게 사랑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냥 서로를 믿는 거예요.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서로를 믿고 포용하면서 사는 거죠.”

자연스럽고 편안한 비주얼을 추구하는 그의 스타일링은 극 중 김혜경의 사회적 성장과 맞물려 극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전도연은 촉박한 촬영 일정 틈틈이 직접 스타일링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저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해요. 초반 김혜경은 머리도, 화장도 딱 갖춰져 있었죠. 정말 제겐 너무 큰 스트레스였어요. 가발을 하나 씌워놓은 느낌이었죠. 중간에 제가 앞머리를 잘랐는데요... 절대 어려 보이려고 자른 게 아니에요.(웃음) 김혜경이 점점 자아를 찾아가면서 그에 따라 외향도 자유롭게 바꿔보고자 했어요. 김혜경의 자신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굿와이프’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면서도 그는 시즌2 제작에 대해선 망설였다. 이유는 화면을 통해 본 자신의 단점이 너무나 두드러졌기 때문.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서슴없이 분석하는 전도연, 무섭도록 객관적인 배우였다.

“‘굿와이프2’ 출연은.. 하하. 왜냐면 배우 김서형부터 나나까지 모두 대사 전달력이 정말 좋더라고요. 근데 제 단점이 ‘굿와이프’에서 두드러졌어요. 저는 감정적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건 자신 있는데 어떤 정보를 전달할 때는 너무 괴로워요. 그래서 나름 힘을 줘서 말을 또박또박 하려고 했죠. 입이 삐뚤어지더라고요. 화면을 보면서 ‘내가 평소에 저렇게 말하나’ 싶을 정도였어요. ‘굿와이프’ 시즌2는 직업적으로 아주 고심해야할 거 같아요.”

전도연은 “전도연스러운 선택을 응원하고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굿와이프’ 이후를 약속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갖고 있는 기대치를 넘으려고 하지 않아요. 저는 못 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성격적으로도 못하는 거에 집착하지 않아요. 빨리 수긍하고 인정하죠. 저는 제가 불편해 보이는 작품을 못하겠어요.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전도연스러운 선택을 응원하고 믿어주세요. 열심히 하겠다. 그런 배우를 응원해주세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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