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훈련중IOC도핑검사받아…1시간피뽑고소변테스트
중국이 박태환(19·단국대) 훔치기에 나섰다.
3일 결전의 땅 베이징에 도착한 박태환은 4일 오전, 올림픽메인수영장인 워터큐브에서 수영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적응훈련을 펼쳤다. 노민상 감독은 “다른 나라 코치가 박태환의 랩타임을 체크하는 것을 봤다. 올림픽이라 신경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박태환을 염탐한 인물은 장린(중국)을 전담하는 중국수영대표팀 코치.
스톱워치를 통해 랩타임을 재는 모습이 예민한 노 감독에게 포착됐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가 유력한 우승 후보이다 보니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라며 “(박)태환이에게 랩타임을 빠르게 하지 말고 일부러 천천히 헤엄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수영은 구간별 기록을 통해 선수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초반 스피드가 좋은 지, 막판 지구력이 강한 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작전을 통해 레이스 안배를 할 수 있다.
장린은 중국 중·장거리의 희망.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1500m에 출전한다. 하지만 올시즌 자유형 400m랭킹에서는 7위(3분44초97)로 3위인 박태환(3분43초59)에 뒤져있다. 2007멜버른세계선수권 자유형400m에서는 11위에 머물러 결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시 장린은 초반 50m에서 26초19로 선전했지만 막판 50m에서는 28초52로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반면, 박태환은 결선 초반 50m를 26초19만에 헤엄쳐 장린과 같았지만 막판 50m를 26초06만에 주파했다. 결국 300m까지 5위에 머물던 박태환은 ‘기적의 막판 100m’로 왕좌에 올랐다.
박태환은 올시즌 랭킹 1위 그랜트 해켓(호주)과 2위 라센 젠슨, 3위 피터 벤터케이(이상 미국)와 비교해도 막판이 가장 강했다. 박태환은 1-4위 선수 중 유일하게 막판 50m를 26초대에 끊었다. 장린으로서는 중반 이후 박태환과의 승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민상 감독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사실 장린은 (박)태환이의 상대가 아니다”라면서 “이번에는 특별한 작전보다는 레이스 운영이 좋은 (박)태환이를 ‘싸움 닭’으로 만들어 어느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시간 30분가량 3500m의 훈련량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조율한 박태환은 “물 감각이 굉장히 좋다. 앞으로 더 물을 잘 타서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면서 “물이 다소 차갑기는 하지만 실전 때는 괜찮을 것 같다. 이틀에 걸쳐 몸을 풀었는데 컨디션도 최고”라고 밝혔다.
이날 박태환의 라이벌인 해켓의 훈련을 지켜본 노민상 감독은 “감각(박태환)과 파워(해켓)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해켓은 “박태환과의 리턴매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태환은 오후 훈련을 하던 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도핑 검사팀으로부터 금지약물 반응검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다른 대표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 1시간 가량 피를 뽑고 소변을 받아 제출했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