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의 변함없는 신뢰에 박지성이 한결 성숙해진 기량으로 화답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리가 데 퀴토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 전날인 20일 공식 인터뷰에서 “출전 선수들을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할 것이다”며 “단, 박지성은 선발로 출전한다”고 못박았다.
중요한 경기 전날 특정 선수를 찍어 선발로 확정한 이번 코멘트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 “박지성은 헌신적인 선수다. 많은 움직임으로 좋은 골 찬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골 결정력을 좀 더 높여야한다”는 충고에서는 박지성에 대한 퍼거슨의 신뢰를 엿볼 수 있다.
박지성 역시 스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지성은 21일 결승에서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맨유의 세계 정복에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일본 J리그와 네덜란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거치며 가는 팀마다 정상에 올라 우승 제조기로도 불렸던 박지성은 이번 우승으로 프로에서 개인 통산 11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특히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도 맛봤다.
맨유에게도 이번 우승은 각별하다.
2000년 유럽 챔피언 자격으로 클럽월드컵에 도전했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자존심을 구겼던 맨유는 이번 우승으로 당시 수모를 말끔히 갚았고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세계 최고의 클럽임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특히 일본 원정 후 곧바로 빡빡한 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까닭에 쓸데없는 데 힘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당당히 우승컵을 들고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영국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요코하마(일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