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재우(29·사진)는 지난달 23일에 복덩이를 얻었습니다. 아내 이영주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 딸 윤서입니다. 딸이 태어날 때 그는 미야자키 전지훈련 중이었습니다. 고생한 아내는 물론 막 세상에 나온 딸의 얼굴도 이메일로 날아온 사진을 통해서만 봤습니다. 자신을 꼭 닮은 핏덩이 딸의 모습. 그에게는 여전히 생생한 기억입니다.
윤서는 이제 태어난 지 딱 한 달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윤서의 얼굴을 본 건 단 하루뿐입니다. WBC 대표팀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 잠시 귀국했던 14일 말입니다.
하지만 윤서는 야속하게도 첫 만남을 울음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안고 얼러도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새벽에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아빠 얼굴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니까 낯설어서 그랬나봐요.” 이재우가 머리를 긁적입니다. 딸은 병원에 가서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그 얼굴에 입 맞추고 집을 빠져나오는 길. 앞으로 한 달은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겁더랍니다.
그래도 아빠는 괜찮답니다. 딸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으니까요. 게다가 야구선수에게는 최고의 무대라는 WBC입니다. 딸이 국가대표로 뽑아준 것도 아닌데 아빠는 “결혼하고 딸을 가지면서 좋은 일이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딸이 누구를 닮았냐’고 물었습니다. “엄마를 닮아야 하는데 하필 절 닮아서….”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표정은 자랑스럽습니다.
이재우는 오늘도 훈련이 끝나면 어김없이 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아직 ‘아빠’ 소리는 커녕 아빠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 못할 딸이지만, 움직이는 기척이라도 들어보고 싶어 합니다. 조물조물 작은 손과 발, 새털 같이 가벼운 몸, 사진으로 더 익숙한 얼굴. 하지만 그는 그렇게 그리움을 참아냅니다. 딸이 자라서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 “아빠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각인시켜주기 위해서입니다.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 파크 한 구석에서 한 초보 아빠의 ‘부성애’가 영글어 갑니다.
하와이|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