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왕 버린 류현진의 각오 “오직 1점대방어율만 지킨다”

입력 2010-09-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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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스포츠동아 DB]

“다승왕 큰뜻 없어 등판 강행 안한다”
목표 달성…팔꿈치 보호 위한 결정
한감독 “국보…무리시킬 생각 없다”
‘절대 에이스’ 류현진(23·한화·사진)이 다승왕 욕심을 버렸다.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에도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시즌 전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팔을 아끼겠다는 결정이다.


○다승왕 위한 등판 강행 없다

류현진은 10일 대전 SK전에 앞서 “다승왕에 큰 뜻이 없다. 무리하면서까지 노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SK 김광현과 공동 1위(16승)다. 하지만 팔꿈치 근육에 이상을 느껴 로테이션을 한 번 걸렀고, 다음주에도 등판이 불투명하다. 앞으로 남은 기회는 많아야 두 번. 김광현은 세 번 남았다.

류현진은 벌써 192.2이닝(평균 7.7이닝)을 던졌다. 지칠 때도 됐다. 그가“부상은 아니지만 경기에 나서기는 힘들다. 상태를 계속 봐야할 것 같다”고 말한 이유다. 이미 순위 싸움에서 멀어진 한화 입장에서도 류현진이 타이틀 욕심에 등판을 강행하는 것보다 휴식을 취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류현진은 다만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때까지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삼진 추월 가능성? 하늘에 맡긴다

탈삼진 타이틀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류현진은 앞선 네 시즌 동안 세 번이나 탈삼진왕에 올랐고, 올해도 187개로 여유 있는 1위다. 2위 김광현(163개)이 추월한다면 ‘이변’이 될 터다. 하지만 류현진은 “광현이가 잘해서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 다승 역시 광현이가 계속 못 이길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시 한 번, 눈앞의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쉽지 않은 평온함이다.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 1점대 방어율

류현진은 올 시즌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여긴다. ‘2점대 초반’을 바라봤던 방어율이 ‘1점대 후반’으로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현재 방어율은 1.82. 남은 등판에서 대량실점을 한다고 해도 2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12년 만에 탄생한 1점대 방어율 투수로 기록되기 직전. “방어율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차다”는 소감은 그래서 나왔다. 단 한 점이라도 덜 내주겠다는 시즌 전 각오가 지켜진 셈이다.


○한대화 감독 “국보는 보호해야지”


류현진은 요즘 팔꿈치를 거의 쓰지 않고 하체 밸런스를 위한 러닝에 집중한다. 9일에는 두 시간 동안 관중석을 돌았고, 10일에는 쉴새없이 외야를 좌우로 달렸다. 스스로도 “힘들어 죽겠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절대 거르지 않는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서다. 한대화 감독 역시 “선수는 타이틀에 욕심내는 순간 무리하게 돼 있다. 나 역시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면서 “국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감독은 다음주 초 트레이닝 코치들의 보고를 받고 류현진의 잔여 등판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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