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김수희씨가 말한 ‘송승준 독감투혼]’“선발포기도 생각했던 당신, 난 그만…”

입력 2010-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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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송승준 부부 팬들에게는 영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다. ‘고열투혼’이라며 송승준을 치켜세우는 팬들 사이로, 가슴을 졸이는 한 여인이 있다. 송승준의 평생배필, 김수희 씨 얘기. 그리고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현서 아빠’를 응원한다.사진제공 | 송승준 부부

‘점심 숟가락을 드는데, 편도선이 다 부은 남편은 제대로 식사조차 하지 못했다. 평소 워낙 잘 먹는 사람이라 마음이 더 쓰렸다. 조금 나아졌길래 다행이라 여겼더니, 지난 밤 다시 고열이 찾아왔다. 오후 2시, 또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남편에게 이제 좋아질 거야. 힘내자고 하면서도 짠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40도가 넘는 고열에 편도선 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 ‘불굴의 투혼’을 보이며 팀 승리를 이끌었던 롯데 에이스 송승준(30). 그는 1일에도 부산 해운대 백병원을 찾았다. “괜찮다 싶었는데, 어젯밤에 못 견딜 만큼 다시 열이 찾아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젠 화가 날 정도”라는 송승준의 말처럼, 웬일인지 이번 가슴앓이는 그에게 남다른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못지않게 힘겨운 사람은 바로 아내 김수희 씨. 한살 연상인 김 씨는 방송사 아나운서로 일하던 2007년 5월쯤, 서울 아는 언니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다 옆 테이블 손님으로 찾아온 ‘야구선수’의 적극적인 공세에 마음을 열었고, 두 사람은 열애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올 7월, 첫 아들 현서를 얻었다.

○1차전 선발 포기까지 고려했던 남편

1차전을 사흘 앞둔 26일 늦은 오후. 며칠 전부터 감기 증세를 보였던 남편에게 고열이 찾아왔다. 어린 아기 때문에 함께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아내는 “너무 심하다. 응급실이라도 가보자”고 했고, 힘없이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 때문에 1차전에서 패하면 안된다. 구단과 상의해봐야겠다”고 털어놓는 그에게 별다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년간 가을잔치에서 부진했던 남편. 그가 이번 포스트시즌을 얼마나 기다리고 별렀는지 알기에, 아내의 가슴은 더 찢어졌다.

이튿날 불펜 투구. 남편은 ‘의외로 힘이 빠지니 더 볼이 좋다’는 코칭스태프 의견에 힘을 얻어 다시 용기를 냈다. 그러나 컨디션은 좋아지지 않고 되레 악화됐다.

28일, 고단한 몸을 이끌고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아내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잖아요. 힘들겠지만 당신 평소 하던대로, 책임감을 갖고 던져요. 난 현서랑 열심히 응원할게요.”


○떨림과 걱정 속에 지켜본 1차전

그가 떠난 뒤,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남편이 얼마나 책임감이 강한지, 이번 가을잔치에 어떤 각오로 나섰는지 잘 알지만 몸이 워낙 좋지 않아 근심은 가시지 않았다. 남편은 “감기가 나한텐 무서워서 오지도 않는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건강한 체질. 처음 겪는 고열에, 편도선이 다 부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별다른 힘이 돼주질 못하는 자신이 미울 정도였다.

2007년부터 연애를 했으니, 아내에게도 이번 포스트시즌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무대. 지난해 아내는 현장에서 남편의 투구를 지켜봤다.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등 다른 가족은 남편이 마운드에 오르면 긴장하고 애간장을 태운다. 다른 선수 가족도 대부분 마찬가지. 그러나 아내는 평소 무덤덤한 성격 때문인지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편안하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마운드에 오르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어린 아들 현서를 옆에 두고 TV로 지켜본 1차전. ‘현서 아빠는 해낼 수 있을 거야’라면서도 평소와 달리 긴장되고 떨렸다. 난생 처음이었다. 볼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무엇보다 남편이 마운드에서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볼을 던지는 것을 처음 보기에…. 4회였다. 남편은 볼을 던지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는 게 아내의 말이다.

○아내의 바람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남편은 불굴의 의지로 5.1이닝을 채웠고 1차전 팀 승리의 주춧돌을 깔았다. 동료들보다 하루 먼저 부산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고맙다”고 했다. “자랑스럽다”는 말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남편은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힘겨워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혹 감기를 옮길까봐’ 아들 현서를 안을 때 마스크를 쓰는 남편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다.

부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2차전을 TV로 함께 지켜봤다. 롯데의 승리. 남편은 이제 또다시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마음 속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넘어 또 다른 무대를 그리고 있다. 지금 아내의 바람은 오직 하나뿐. 어서 그가 빨리 통증을 떨치고 ‘100% 컨디션’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부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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