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박석민. 스포츠동아 DB
그 동기생들은 삼성 허승민, 두산 김재호, 넥센 오재영 김수화, KIA 김주형 등이다. 각기 롯데와 삼성을 대표하는 기둥으로 성장한 두 남자,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석민은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KIA 이용규를 지목했다. 이용규 역시 동갑내기 친구다.
○강민호가 박석민에게

강민호
돼지야!(강민호는‘석민이 밥 먹는걸 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다. 사람이 저렇게도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난 항상 석민이를 돼지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네가 힘겨웠던 프로 초반 시절을 딛고 군대에 다녀온 뒤 삼성 중심타선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친구로서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진심으로 축하도 하고 싶고. 너랑 같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 줄 아니?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이 청소년대표팀에 뽑혔던 친구들과 성인대표팀에서 다시 만나 꼭 한번 함께 뛰어보고 싶어.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너도 열심히 해서 우리 다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같이 대표팀에 들어가자. 함께 우승도 하고. 알았지, 친구야?
○박석민이 강민호에게

또 네가 우리 준현이 자전거 사준다고 한지 1년 넘었다. 자전거 안 사준다고 애가 보챈다. 약속 지켜라. 항상 밝은 친구의 모습 보니까 나도 무척 기분 좋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았으니 10년이 넘었는데 한결같은 친구의 모습이 자랑스럽다.-팔꿈치 수술했다는 얘기 들었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재활이라는 게 쉽지 않잖아. 수술은 잘 된 거지? 궁금하다. 내년 시즌 초반부터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거야?
“물론 신경 쓰이긴 하지만 팔꿈치는 재활훈련만 잘 하면 경기 나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 사실은 손가락 수술 받은 게 더 걱정이야. 재활과정도 더 힘들고 해서 걱정이 많구나. 너도 잘 알잖아? 타자에게는 손가락이 무척 민감한 부위라는 걸. 그래서 아무래도 팔꿈치보다는 손가락이 더 신경 쓰인다. 하지만 열심히 재활해서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뛰고 싶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항상 궁금한 건데, 이건 꼭 한번 묻고 싶었다. 하하. 삼성 선수들 중에는 석민이 너처럼 ‘촐싹거리는’ 선수가 없는데, 넌 항상 왜 그런 거야? 홈런 치고 하는 세리머니는 도대체 뭔지 궁금하다.
“특별한 세리머니는 없는데. 촐싹거린다고 하는데 내 원래 성격 잘 알잖아? 과묵하고 묵직한 남자라는 거, 하하. 야구장에서는 좀 즐겁게 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도 보이나 보다. 하지만 난 촐싹거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내가 삼성과 게임하러 대구에 가면 연락이 없으면서, 꼭 부산 올 때면 나한테 연락해서 밥 먹자고 하는 건 왜냐? 대구에 있을 땐 휴대폰이 안 터져?
“참 나, 내가 전화 안 받은 적이 어디 있니. 난 항상 너한테 밥 사줄 준비 돼있다. 부산 가서 회 먹고 했을 때도 내가 계산했잖아. 이거 완전히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네. 연봉도 나보다 더 많이 받으면서 쩨쩨하게 구는 거야? 난 영세민이다.”
-너는 고등학교 때부터 참 방망이 잘 쳤잖아. 그 때나 지금이나 폼은 이상한데 말이야. 그 폼에 대한 네 생각은 어때? 밸런스 같은 건 문제 없어?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친 거야?
“내가 생각할 때 방망이를 잘 치는 건 아닌 것 같고, 공을 맞히는 재주는 좀 있는 것 같아. 방망이 치는데 폼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앞으로 좀 더 잘 치려면 힘에 의존한 스윙보다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짧고 간결하게 바꿔야 될 것 같아. 그래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타격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실 너는 아마 때 방망이를 그렇게 못쳤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어. 오히려 내가 궁금하다, 네가 그렇게 잘 치는 이유가. 참 소질이 없었는데, 하하. 진짜 대단하다.”
-내가 기억하는 박석민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참 센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도 그렇고 근래에는 지명타자나 1루를 주로 보던데, 내 생각에 너의 자리는 3루인 것 같다. 3루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지금까지 3루수를 해와서 3루수가 편해. 내년이면 스물여섯인데 지금 지명타자나 1루수로 가서는 발전이 없을 것 같구나. 지명타자나 1루수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3루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또 야구하면서 방망이보다는 수비나 공 던지는 걸 더 잘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상무에 가서 공격력은 발전됐는데 2년간 수비훈련을 많이 못한 게 지금 좀 드러나는 것 같아. 수비는 연습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지난번에 부산 왔을 때 우리 고기 먹으면서 맥주 한잔 했잖아. 그때 묻고 싶었는데, 얼굴 보면서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이제야 묻는다. 그런데 도대체 왜 밥 먹으면서 말도 안 되는 개그를 하는 거냐. 넌 개인적으로 그게 웃긴다고 생각해?
“하하. 구체적으로 어떤 개그를 말하는 거야. 그래도 내가 얘기하면 크게 웃어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 하는지 궁금하네. 내 개그는 하이 개그야. 내가 10개 정도 개그 치면 적어도 7∼8개는 걸려. 너도 나한테 배워 요긴하게 잘 써먹어라. 내 개그 중에선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몸 개그가 더 먹히는 것 같아. ㅋㅋㅋ. 관중도, 시청자도 다 웃잖아?”
-석민아 나도 ‘한 머리’ 하지만, 나는 너보다 키도 크고 덩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되잖아. 뭐라고? 아니라고? 넌 키도 작고, 옆으로 더 발달(?)돼 머리가 더 크게 보인다. 참, 그 머리로 파마는 왜 하냐? 더 커보인다. 인정하지?
“인정 못한다. KBO에서 머리 순위 매기라고 하면 강민호, (이)진영이 형, 양준혁 선배님, 우리 팀 이정식 선배님까지 나보다 커. 다 (머리 둘레가) 62cm 이상이지만 난 59cm밖에 안 돼. 그리고 파마는 말이야. 예전엔 몰랐는데 2주 전에 파마 했을 때 정말 머리 커보여서 바로 풀었다. 그래서 집사람이랑 약속했다. 이제 진짜 파마 안 한다. 너도 가급적 파마는 하지 마라.”삼성 박석민은?
▲생년월일=1985년 6월 22일 ▲학교=율하초∼경복중∼대구고 ▲키·몸무게=178cm·88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입단 ▲2010년 연봉=1억500만원 ▲2010년 성적=112경기 356타수 108안타(타율 0.303·15위) 15홈런 64타점 58득점(출루율 0.440·2위)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