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를 앞둔 양 팀 ‘캡틴’ 하대성과 곽희주가 뜨거운 장외 설전을 벌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 모습. 스포츠동아DB
강하고 독하고 세게 붙었다. 입심대결도 슈퍼매치다웠다. 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처질 FC서울과 수언 삼성의 K리그 38라운드를 앞두고 양 팀 캡틴이 ‘토크 배틀’로 오프닝매치를 했다. 새로 제작된 ‘서울 PD(Police Department·반칙 많은 수원을 검거하자는 의미)’ 완장을 찰 서울 주장 하대성(27)과 ‘북벌(수원보다 북쪽에 있는 서울을 정벌하자는 의미)’ 완장을 두를 수원 주장 곽희주(31) 모두 차분한 이미지라 점잖은 대화가 오갈 줄 알았는데, 예상은 금세 깨졌다. 한 치의 자비도 양보도 없었다. 하대성은 10월31일 구리 GS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서울 미디어데이 후 따로 만났고, 곽희주는 전화로 인터뷰 했다.
‘서울 PD’ 완장 서울 하대성
너무나 거친 수원축구…격투기여선 안돼
우리는 짜임새 있는 매너축구로 맞대응
이번 경기 잡고 하루빨리 1위 확정해야지
‘북벌’ 완장 수원 곽희주
축구는 전쟁!…죽는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방 능력 뛰어난 김두현 합류로 더 막강
라이벌 서울전? 늘 하던대로 이겨야죠
-경기 각오부터 말해 달라.
곽희주(이하 곽) : 좀 세게 해도 되죠? 사실 얼마 전 스포츠동아 <담당기자 토크 배틀>을 봤어요.(10월27일자 9면 참조) 수원담당 기자가 말하려는데 서울, 전북담당 기자가 1, 2위부터 얘기하겠다고 말 자른 모습을 보고 정말 마음 아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수원담당 기자 활짝 웃게 해야죠.
하대성(이하 하) : 저희는 수원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요. 우리와 2위 전북이 7점 차에 7경기 남았는데요. 다만 수원 꺾고 좀 더 빨리 우승 확정짓고 싶을 뿐이죠.
-양 팀이 동영상 제작으로 신경전을 벌이는데.(수원은 4월과 10월 승점자판기와 추석 선물세트 동영상으로, 서울은 얼마 전 ‘반칙왕 수원 검거’라는 동영상으로 서로를 자극했다)
하 : 수원 동영상 봤어요. 선수들 연기가 너무 어설퍼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수준이 그게 뭔가요. 민망하고 유치했어요. 우리 모두 동영상 보면서 비웃었죠. 그런데 경기 끝나고 우리가 못 웃었잖아요. 그게 가장 마음 아파요. 물론 이젠 다르죠.
곽 : 반칙왕? 한참 잘못 짚었는데. 축구는 전쟁입니다. 그라운드는 전쟁터고요. 대충 깔짝깔짝 총질하려면 뭣 하러 축구해요. 우릴 이기려면 ‘죽기 살기로’는 안 됩니다. 죽는단 각오로 왔으면 해요. 물론 (서울이 죽는) 결과야 빤하고요.
-그래도 수원이 거칠다는 시각이 있는데.
곽 : 저번 경기(6월20일 FA컵 16강)에서 라돈치치를 다치게 했을 때 서울이 먼저 페어플레이, 페어플레이 외치치 않았나? 그런데 시작부터 그 쪽이 먼저 차고 그러던데요. 말 다르고 행동 다른 게 더 잘못이죠. 거기서 승부가 갈렸죠. 애꿎은 동료를 먼저 차니 다 열 받았죠. 그 쪽이 어설프게 덤비니 당하는 겁니다. 한 수 아래죠.
하 : FA컵 때 우리도 거칠게 한 번 나서보려고 했죠. 그런데 잘 안 되더라고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우리는 짜임새 있고 조직적인, 그러면서도 매너가 있는 축구가 장점이죠. 수원은 늘 그랬듯이 앞으로 쭉 거칠게 하세요.
곽 : 논리가 엉성한데요. 파울 많은 우리를 꺾는 팀은 뭐죠? 서울은 1위죠? 압박은 불가피하죠. 우리도 1위를 달리며 같은 경험을 많이 했고요. 압박당하고 파울 당하는 걸 당연히 받아들여야죠. 어떻게 1위가 견제조차 당해내지 못하면서 챔피언을 해요? 자격미달이죠. 우는 소리 그만….
하 : 축구야 거칠 수 있고 파울도 할 수 있죠. 전쟁인 것도 맞고요. 하지만 거칠어도 축구는 축구여야지 격투기여서는 안 됩니다. 정도는 지켜야죠. 그 정도를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를 가려주는 것은 심판이고요. 경고성 파울은 확실히 경고 주고 퇴장성 파울은 과감하게 퇴장 줘야 마땅하죠.
-수원전의 의미, 서울전의 의미는.
곽 : 자존심. 구단, 팬, 선수 모두요. 자존심을 위해 싸울 겁니다. 서울은 순위만 우릴 앞설 뿐 늘 졌잖아요. 솔직히 라이벌도 아니죠.
하 : 서울은 1위, 수원은 3위에요. 우리 목표는 우승, 수원 목표는 3위죠. 비교가 안 되죠. 지난 번(10월3일)에 제가 경고누적으로 못 뛰었잖아요. 평소 같으면 구단이나 수원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티켓을 얻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젠 그러기 싫더라고요. 부탁 안 하고 저랑 (최)효진 형이랑 서포터석에서 응원했어요. 이번에 우리 홈경기니까 똑 같이 대해줘야죠.
-수원은 미드필더 김두현이 전역해서 팀에 합류했는데.
하 : (김)두현 형은 정말 좋은 미드필더고 위협적인 선수고 견제해야 할 선수죠. 대표팀에서같이 운동해보니 볼 차는 능력이 정말 좋고요. 존경하는 선배죠. 하지만 두현 형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수원은 힘의 축구 아닌가요. 두현 형과 수원이 조화가 잘 될까요?
곽 : 수원이 패스축구가 아니라 두현이랑 안 맞는다고요? 미안하지만 두현이의 킬러 본능도 무섭죠. 우리가 패스가 안 된다고? 설사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지 한 방이 있죠. 패스만 해서 골 들어가나? 슛을 해야 골도 나오죠. 공격도, 정신무장도 단단히 하고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