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무조건 싫다”식의 반대 납득 안돼
삼성 “절차적인 문제” 반대도 애매모호
10구단 아닌 ‘수원 반대’ 아닌지 밝혀야
선수협, 찬성 KBO에 보이콧 의미 없어
정확하게 반대 구단들 표적 삼고 압박을
모기업 불매운동 등 팬들 심판 받게 해야
10구단 창단과 관련하여 반대한다고 알려진 구단이 롯데와 삼성이란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롯데와 삼성이 누구인가.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구단명칭과 연고를 바꾸지 않고 살아남은 유이한 구단 아닌가! 프로야구 발전에 분명히 기여한 구단들이다.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삼성과 롯데는 누적된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흑자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시장 확대를 주도해야 할 구단들이다. 그런데도 앞장서서 반대하는 이유가 사실 궁금하다.
일단 롯데의 경우는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냥 10구단 싫다’로 귀결된다. 물론 일관성은 있다. 다만 언론에 언급된 “아마추어 야구팀이 부족하다”던가 “한국프로야구는 4∼5개 팀이 적당하다”는 이유는 합당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30년간 롯데는 아마추어 야구부 창단과 같은 저변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주장하는 ‘절차적 문제’라던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애매모호하다. 차라리 삼성은 10구단을 반대한다기보다는 수원을 반대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삼성으로선 삼성전자가 있는 수원을 ‘삼성의 심장’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원에는 이미 프로축구 삼성이 있고, 언젠가는 야구단도 가고 싶은 곳일 수 있다. 이런 수원에 다른 구단이 들어온다는 것은 찝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것은 야구단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 추론일 뿐이다. 그만큼 알려진 것이 없고 애매모호하다.
반대로 찬성하는 구단을 보자. 찬성 구단으로 알려진 곳은 LG, 넥센, NC다. LG의 경우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의 연관성 때문에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넥센과 NC가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대기업은 아니지만 넥센과 NC는 프로야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비즈니스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구단 자체로 흑자를 내고 싶어 한다. 따라서 성적을 떠나 ‘야구판의 확대’는 구단과 리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쩌면 10구단의 창단은 그렇지 않아도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넥센과 NC에는 단기적으로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구단은 적어도 구단이 발전하기 위해선 리그의 성장이 우선임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리그를 관할하는 KBO도 내부적으로는 10구단 창단에 적극적이다. 9구단으로는 리그체제가 불안정하고, 운영상에 있어서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대할 명분이 없다. 리그사무국이 리그 성장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직무유기다. 또 팬들은 어떤가. 대부분 찬성이다. 한 구단이 더 생기고 시장이 커지니 스토브리그도 재미있다. FA(프리에이전트) 확보와 보상선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야기꺼리가 넘쳐난다. 선수들은 어떤가. 이미 9구단 창단으로 일자리 혜택을 맛봤다. 새로운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구단 확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체득했다.
최근 몇 년간은 프로야구의 전성기다. 인기가 넘치니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도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다. 일찍이 프로야구에 이런 호기가 있었던가. 광주, 대구, 창원의 새 구장이 완공되고 10구단이 창단되면 1000만 관중도 가능하다. 즉, 프로야구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
모두가 상생하고 윈-윈 할 수 있는데도 굳이 10구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반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단지 이해하기 힘든 것은 논리가 명쾌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야구 관계자와 팬들은 반대의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누구를 ‘표적’으로 삼을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처럼 10구단을 찬성하는 KBO를 압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특히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선수들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보이콧이 갖는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차라리 반대하는 구단의 모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통해 팬들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한층 효과적이고, 누가 프로야구를 진실로 사랑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