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지금까지의 성적은 만족이다. 첫 우승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고, 나머지 대회에서도 고른 성적을 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몇 번의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특히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은 조금 더 아쉬움이 크다.
다시 전열을 정비할 때다. 사실 이 시기가 되면 조금 흔들린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샷 감각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빨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휴식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 권의 책을 샀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한다. 그러나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추리소설만 읽었다. 그런데 추리소설을 읽고 나면 종종 무서운 꿈을 꿀 때가 있어서 최근에는 명언집이나 교양서적을 읽는 편이다. 좋은 글을 읽다보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도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책으로 배우는 세상은 또 다른 느낌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난다. ‘용기란 두려움에 맞서고 정복해 내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면 결국 해내게 된다’는 말처럼 목표가 생기면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하면서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작년에 일본투어 한 시즌 최다상금 기록을 앞두고도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하면서 용기를 줬다. 그 덕분인지 엄청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사실 프로골퍼로 생활하다보면 기술이나 체력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힘들고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 때 이런 글을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되고 더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 3월 첫 우승을 하고 난 뒤 5개 대회를 뛰는 동안 늘 우승권에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멘탈이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다행히 책을 통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됐다. 역시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고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