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슬링이 명예회복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 중인 남녀국가대표팀 전지훈련이 그 출발선이다. 노성산을 달리며 산악훈련에 한창인 선수들. 평창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실업·아마팀 동참…사점 훈련 등 소화
대한민국 레슬링이 다시 뛴다.
남녀 레슬링국가대표팀(자유형·그레코로만형)은 9월 11일부터 강원도 평창군에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20일까지 이어질 짧고 긴 담금질을 통해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인체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m에 위치한 평창의 레슬링 인프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대부분 훈련이 이뤄질 평창 국민체육센터에는 레슬링 전용 훈련장이 마련됐다. 이와 별개로 영상 분석실과 웨이트 트레이닝센터도 갖춰져 있다. 심신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훈련규모는 상당하다. 레슬링 남녀 국가대표팀과 서울, 경기, 강원지역 대표팀 150여명과 6개 실업팀 및 아마추어(고교·대학) 선수단 300여명이 동참했다. 국가대표팀과 자연스러운 스파링이 이뤄질 환경이 조성됐다.
자유형 남자대표팀 박장순 감독은 “적절한 웨이트 훈련으로 몸을 만들면서 동시에 실전을 최대한 가미해 경기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한국 레슬링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악몽을 경험했다. 그레코로만형 75kg급 김현우(삼성생명)가 판정논란 속에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2008베이징올림픽 노 골드의 아픔을 2012런던에서 금메달의 환희로 바꿨으나 리우에서는 수모를 반복했다. 그래서 다시 이를 악물었다.
태릉선수촌에서 주로 이뤄지는 레슬링대표팀의 훈련은 강도가 높다. 죽기 직전 극한의 고통을 경험한다는 ‘사점 훈련’은 어느 종목도 따라가지 못한다. 납 조끼를 입고 산을 뛰어오르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부지런히 달리다보니 희망이 떠올랐다. 3분 2회전에 맞는 체력훈련을 하고 파테르(매트에 엎드리는 자세) 폐지에 대비한 스탠딩 훈련을 강화했다.
8월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세계레슬링선수권은 대한민국 레슬링의 본격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류한수(삼성생명)가 그레코로만형 66kg급 정상에 섰고, 59kg급 김승학(성신양회)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김승학은 리우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여서 세대교체가 무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박치호 감독은 “태릉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훈련하다보면 지루함이 사라진다. 대표팀 분위기가 아주 좋다. 짧게는 내년 아시안게임, 길게는 2020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철저히 준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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