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안긴 김성근 감독은 한때 구단과 찰떡궁합이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강력한 리더십의 약발은 한계가 있었고 누적된 피로감은 결국 서로 얼굴을 돌리게 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그 이상땐 서로에 지쳐 효율 떨어져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례도 있어요. 서로의 피로감이죠. 대표적으로 김성근 감독과 SK가 있죠. 2011년 8월의 일인데요.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던 SK와 김 감독이 돌연 결별을 선언했죠. 감정의 골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나중에는 자진사퇴냐, 경질이냐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기까지 했습니다. 김 감독은 2007년 SK 사령탑으로 부임해 3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명장입니다만, 구단 입장에선 요구사항이 무척이나 많아 ‘모시기 힘든’ 감독이었죠. 그렇지 않아도 독불장군 같은 스타일 때문에 김 감독은 종종 다른 팀들과 마찰을 빚곤 했는데요. 재계약 협상 과정에선 프런트와 충돌하면서 감정이 상했어요. 그 스타일을 서로가 익히 잘 알 텐데도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끝내 폭발한 거죠.
-스포츠 심리학에서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데이터가 하나 있는데, 새로운 감독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유효기간은 3년이 한계라는 내용입니다. 그 이상이 되면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리더십이 전처럼 통하지 않고 서로의 피로감으로 효능이 점차 떨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한 팀에서 10년 이상 장수하는 감독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신(神)이라고 합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