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급락·땅볼 급증’ 두산-페르난데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입력 2022-09-20 13: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두산 베어스와 4년째 함께하는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 얘기다.


페르난데스는 올해 등록된 KBO리그 외국인타자들 중 최장수다. 콘택트 능력이라는 강점이 확실하고, 지난 3년간(2019~2021시즌) 단 3경기에만 결장했을 정도로 꾸준했다. 올 시즌 성적에 따라 역대 최장수 외국인타자인 제이 데이비스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데이비스는 한화 이글스에서 무려 7시즌(1999~2002·2004~2006시즌)을 뛰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19일 기준)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477타수 143안타), 6홈런, 66타점, 출루율 0.346의 성적을 거뒀다. 준수한 성적으로 보이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0.333)과 출루율(0.402)을 고려하면 기대치를 밑도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지난 3년간 1.14였던 땅볼(545개)/뜬공(479개) 비율의 증가다. 올해 페르난데스의 땅볼/뜬공 비율은 1.69(184땅볼/109뜬공)에 달한다. KBO리그 타자들 중 가장 많은 30개의 병살타를 기록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을 향하기도 하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까닭에 다른 타자라면 넉넉하게 세이프가 될 법한 느린 타구마저 병살타로 이어져 흐름이 끊기기 일쑤다.


8월 이후 페이스가 크게 떨어진 점도 아쉬웠다. 두산이 한창 순위싸움을 해야 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8월 이후 페르난데스의 성적은 35경기 타율 0.238(122타수 29안타), 9타점이 전부다. 특히 7월부터 단 하나의 홈런도 쳐내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 3년간 51홈런(연평균 17홈런)을 쳐낸 것을 고려하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당연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 기동력이 떨어지고, 수비 활용폭도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공격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3년간은 그랬다.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본능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7월 한때 0.327까지 올라갔던 시즌 타율은 이달 초 2할대로 추락했다. 2할대 후반과 3할 턱걸이 사이에 정체된 타율은 페르난데스에게 기대했던 모습과 거리가 있다.


4년간 성적을 종합하면 페르난데스가 남긴 성과는 확실하다. 그러나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다. 정 하나만으로 인연을 이어가긴 어렵다. 게다가 올해 두산은 8년 만에 가을야구 실패가 현실로 다가와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과 페르난데스의 관계는 ‘아름다운 이별’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