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다음 시즌 과제는 외국인선수들의 공존이다.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아시아쿼터 파즐리(오른쪽)를 남기려면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 좋은 외국인선수를 확보해야 한다. 사진제공|KOVO

삼성화재의 다음 시즌 과제는 외국인선수들의 공존이다.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아시아쿼터 파즐리(오른쪽)를 남기려면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 좋은 외국인선수를 확보해야 한다. 사진제공|KOVO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 파즐리의 데뷔 시즌 활약은 대단했다. 아시아쿼터 공격수임에도 여느 외국인 주포 이상의 활약을 뽐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화재의 고민이 생겼다. 끝내 풀지 못한 과제, 외국인선수들의 공존이다.

김상우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에서 13승23패, 승점 43으로 전체 7개 팀 중 5위에 머물렀다. 순위는 분명히 아쉽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질타할 수만은 없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는 선수단 연봉으로 25억6900만 원을 썼다. 남자부에서 가장 적은 액수다. 그럼에도 충분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정호를 주축으로 정착시켰고, 미들블로커(센터) 김준우를 V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켰다. 순위 또한 김 감독이 부임한 뒤 매 시즌 한 계단씩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선발한 파즐리도 돋보였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34경기(124세트)를 뛰며 622점을 뽑는 등 팀의 꾸준한 도약에 힘을 보탰다. 주요 지표가 그의 능력을 설명한다. 날카로운 오픈 공격(2위)을 앞세운 득점에선 전체 3위, 공격 종합에선 5위다. 그저 “준수했다”고만 볼 수 없는 성적이다.

반면 삼성화재의 외국인 공격수는 딱히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데려온 그로즈다노프의 기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부상마저 잦았다. 대체로 영입한 막심도 2% 부족했다. 외국인 공격수의 의존도가 높은 V리그에선 치명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부분은 포지션 중복이다. 파즐리는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로즈다노프와 막심도 같은 위치였다. 이에 김 감독은 파즐리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동시켰으나,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파즐리-그로즈다노프, 파즐리-막심의 안정적 호흡은 시즌 내내 삼성화재를 괴롭힌 숙제였다.

일단 파즐리는 2025~2026시즌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 지원서를 냈다. 삼성화재에 우선권이 있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만큼 남기고 싶은 카드임도 자명하다. 다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는 아포짓 스파이커가 넘쳐난다. 김 감독으로선 마지막까지 파즐리와 재계약을 놓고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