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최지훈(왼쪽)과 롯데 전준우는 모두 초구부터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 타자들이다. 다만 결과에 따라 희빅가 엇갈렸을 뿐이다. 스포츠동아DB·롯데 자이언츠 제공

SSG 최지훈(왼쪽)과 롯데 전준우는 모두 초구부터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 타자들이다. 다만 결과에 따라 희빅가 엇갈렸을 뿐이다. 스포츠동아DB·롯데 자이언츠 제공



“어떻게 안 쳐요! 이 좋은 공을….”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에게 던진 첫 공, 초구(初球)는 투·타 모두를 고민에 빠뜨리는 요소다. 초구에 따라 수싸움의 유불리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타자들에게 초구만큼 매혹적인 공이 없다. 투수로선 볼카운트 싸움의 우위를 빠르게 점하려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승부하는 게 낫다. 실제 올 시즌에도 리그 전체 투수들의 평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59.1%로 높다. 공을 맞히는 게 반드시 안타를 보장하진 않아도 타자들의 손이 초구부터 적잖이 나가는 이유다.

똑같이 적극적이어도 희비는 엇갈리기 마련이다. 올 시즌 초구부터 타격 결과를 낸 타석이 20회를 넘는 타자를 기준으로, 초구 타율이 가장 좋았던 타자는 전준우(롯데 자이언츠·0.522)다. 전준우는 지난해(0.458)에 이어 올해도 적극성을 보였다. 반면 박찬호(KIA 타이거즈·0.200)와 강승호(두산 베어스·0.190), 최지훈(SSG 랜더스·0.167)은 초구를 건드렸다 물러난 적이 많았다. 최지훈은 지난해(0.368)보다 결과가 따르지 않는 모양새다.

초구에 대한 타자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자신의 초구 철학을 섣불리 밝혔다 전력분석하기 쉬운 타자로 여기질 수 있으니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한 지도자는 “우리 팀에는 초구에 손도 대지 않는 선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0B-2S에 몰려도 볼넷을 골라낼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니 일정 수준 용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선수는 “스트라이크 잡으러 존 복판에 넣는 쉬운 공을 어떻게 안 치고 흘려보낼 수 있겠는가. 인내가 부족해 보일 수 있어도 결국 결과로 말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초구 적극성이 타자의 실력과 꼭 직결되진 않는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50회 이상의 타석에서 초구를 친 타자들을 살펴보면 이를 알기 쉽다. 가장 좋은 결과를 낸 박건우(NC 다이노스·0.451)를 비롯해서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였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0.442)과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0.430) 모두 초구부터 적극성을 보였다. 지난해 투수들에게서 타석당 4.18개의 높은 투구수를 이끌어낸 출루의 대명사 홍창기(LG)도 같은 기간 0.371의 높은 초구 타율을 기록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