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가입금 1차 분납금 24억원의 납부시한(6월 30일)을 어긴 우리 히어로즈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처리를 강조하며 전에 없이 단호한 지침을 정했다. 7일까지 24억원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야구규약’에 의거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우리 구단과 그 모체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에 통보했다.
1일 저녁부터 자정을 넘겨 장장 6시간 가까운 마라톤 접촉에도 불구하고 우리 구단이 끝내 “24억원중 12억원은 2일 납부하고, 나머지 12억원은 KBO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뒤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KBO는 “가입금은 다른 조건과 연계해 협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확고한 입장과 함께 2일 사실상 이같은 최후통첩을 했다. KBO는 이날 최고장까지 발송하며 무조건적인 24억원의 납부를 촉구했다.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2일 “우리 구단이 KBO의 최종방침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야구규약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그간의 양자간 접촉과정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아울러 분납금 납입지연사태에 대처하는 KBO의 처리원칙으로 ▲야구규약에 따른 처리 ▲8개 구단 체제의 존속 ▲추가적인 특혜 배제를 들었다. 하일성 총장이 첫째 원칙으로 내세운 야규규약은 제12조 ‘법정탈퇴’다. 이 조항은 의무를 태만히 한 회원사(구단)에 대해서는 이사회(구단사장단 회의)의 심의를 거쳐 총회(구단주 회의)에서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제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 총장은 “7일까지 24억원을 내지 않으면 임시이사회 소집을 비롯해 야구규약에 따른 조치들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8개 구단 체제의 존속은 극단적인 사태 전개, 즉 우리 구단의 제명이 불가피한 상황을 상정한 대책의 성격이 짙다. 하 총장은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시즌 중에 팀이 해체되고 구단수가 축소된 사례는 없다. 우리 히어로즈가 잔여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데 필요한 경비는 대략 35억원인데 나머지 7개 구단이 분담할 수 있다”며 13년만의 500만 관중 돌파를 앞둔 만큼 8개 구단 체제의 유지가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하 총장은 끝으로 “KBO는 가입금 납부와 관련해 더 이상 센테니얼과 협상할 뜻이 없다. 센테니얼에게는 이미 가입금을 4회에 걸쳐 나눠서 낼 수 있도록 길을 터주지 않았느냐”며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협상 또는 타협의 여지는 차단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우리 구단 이장석 대표가 3일 KBO로 하일성 사무총장을 찾아갈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