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대투수’정민태의쓸쓸한은퇴

입력 2008-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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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갑작스런 정민태의 은퇴 소식은 그 며칠 전 타계한 김진우의 비보와 함께 필자에겐 충격적이었다. 김진우는 삼미·청보의 주전 포수였다. 짧은 감독 재임기간이었지만 청보 선수였던 그의 밝은 생전 모습을 지울 수 없다. 건강이 악화돼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보다 후배인 정민태의 은퇴는 화려한 성적과 경력에 비하면 너무 허무하게 무대를 떠나는 배우 같아 가슴 아팠다. 그는 팀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강한 저항 속에 결국 KIA 유니폼을 입었기에 그를 아끼는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올 초 현대 유니콘스 매각과정 때 우리 히어로즈의 운영주체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와의 갈등 속에 그는 스스로 방출을 요구했고, 4월 18일 딱 한차례 광주에서 등판한 것이 팬들 앞에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인천 야구팬들은 고인이 된 박현식, 최관수 선배들이 아마추어 야구의 대표적 선수였다면 프로야구 출범 후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었던 정민태가 은퇴식도 없이 쓸쓸히 운동장을 떠난 소식을 듣고 착잡했을 것이다. 그가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발 21연승 기록은 세계 최다 선발투수 연승기록이고,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및 2차례 시리즈 MVP수상(1998년·2003년)도 값진 기록이다. 이 정도면 무대를 떠나는 그가 당연히 축하 속에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은퇴 소식을 접하면서 장종훈의 화려한 은퇴식과 대비됐고, 또 슈퍼스타들의 은퇴시기를 선수들 스스로 잘 조절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교차했다. 현재 뛰고 있는 스타들도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동료·후배들에게 짐이 되면서 은퇴시기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124승 투수 정민태가 후배들의 기회나 뺏는 선배 투수, 연봉이나 축내는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는 은퇴의 변은 대투수다운 모습이었다. 그의 은퇴를 보면서 히어로즈의 노장 전준호와 김동수가 어떤 형태로 은퇴할 지 궁금한 반면 이종범, 송진우, 마해영, 양준혁 등은 본거지에서 은퇴할 수 있는 ‘행운아’라고 생각된다.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스타들은 구단과 함께 미리 입장을 조율했으면 한다. 실제 구단과 선수 사이에는 팬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대립적 가치의 갈등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양보와 화해의 부드러움 속에 스타들의 멋진 은퇴식이 이어지길 팬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허 구 연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 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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