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코로나 바이러스와 리그 중단, 공정성과 V리그의 내부 성숙

입력 2020-02-1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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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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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멈추지 않은 가운데 한국배구연맹(KOVO)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남녀 13개 구단의 단장들은 지난 7일 긴급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9명의 단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주장을 시작으로 ‘무관중 경기’, ‘리그 중단’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만일 리그를 중단할 경우 뒤따르는 파장도 만만치 않기에 단장들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결국 최종결정은 KOVO에 맡기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구단들은 리그를 중단할 경우 생길 중계권 계약위반 여부와 타이틀스폰서 등 후원회사와의 계약문제는 KOVO가 사전에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갑작스럽게 V리그가 중단될 경우 파생될 문제의 대책을 마련한 뒤 최종결정을 내리라는 뜻으로 보인다. 사실 이 문제는 V리그 단독으로만 처리할 상황도 아니다. 비슷한 처지인 남녀프로농구, 곧 시즌이 시작될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골프 등과도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 주무부서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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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3월12일부터 15일까지 대만에서 개최를 준비했던 대회의 취소를 10일 결정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도 태국에서 열려던 혼다 LPGA 타일랜드와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을 포기했다. 11일 오후에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구성원인 국내 5대 프로스포츠 단체의 실무자들과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 과장, 주무관 등이 참가하는 대책회의가 열린다. 문체부 실무담당자들은 이미 V리그 경기가 벌어지는 장충체육관 등을 찾아 꼼꼼하게 대응상황 등을 점검했다.

지금은 확진환자의 동선 가운데 특정장소를 다녀왔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 곳을 일정기간 폐쇄하고 방역활동을 집중해서 하는 것이 루틴처럼 됐다. V리그는 각 구단별로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준비한 덕분에 아직까지는 관중 가운데 어느 누구도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기에 더 철저한 준비와 사전 사후 방역활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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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된 구단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이상의 시즌은 의미도 없고 하고픈 열의도 사라졌다. 하루라도 빨리 리그를 끝내고 싶을 것이다. 7일 모임에서 리그중단의 선제조치를 주장한 곳은 공교롭게도 성적 하위 팀의 단장들이었다. 반면 상위팀들은 상황을 더 두고 보자는 신중파가 많았다. 만일 지금 리그를 중단한다면 남은 시즌 경기는 재개하기 쉽지 않다. 상황이 좋아져서 다시 한다고 치더라도 빡빡한 일정상 남은 경기를 모두 소화할 수 없기에 당초 예정했던 리그일정을 대폭 줄이거나 현재의 성적으로 시즌을 종료하고 봄 배구만 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다.

이 경우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조정은 쉽지 않다. 이 때 판단의 기준은 객관적인 공정성이다. 현재의 상황이 천재지변에 준하는 엄중한 경우냐의 여부가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또 아직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막연한 공포에 질려서 리그 중단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하나 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모두에게 최선이 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지 여부를 지켜보면 V리그의 내부 성숙도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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