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러나 전력의 불안정성·스케줄의 어려움에 직면
김기태 감독 중심 똘똘 뭉친 기세로 5위 도전
기대이상의 성과가 나오고 있어 뿌듯함을 감출 수 없지만, 그럴수록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15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선언한 KIA는 주변은 물론 모그룹의 기대치까지 낮춰놓았다. ‘향후 2년은 선수를 육성해 2017시즌에 도전하겠다’는 큰 그림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KIA의 상황은 암담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도했던 에이스 양현종이 주저앉았고, 볼티모어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던 윤석민이 돌아왔다. 이러면서 마운드의 틀이 잡혔고, KIA 김기태 감독의 과감한 유망주 야수 기용은 팀의 체질을 바꿔놓고 있다. 전반기가 끝날 때만 해도 힘들 줄 알았던 성적도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로 승률 5할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와 SK가 나란히 주춤하며 이제 가을야구의 마지막 초대장인 5위 자리도 어렴풋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가을야구가 아른거리자 KIA의 야구도 고비에 직면하는 모양새다. 시즌 30경기가 남은 상황인지라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총력전이고 전력질주다. 김 감독의 성향상 기회가 왔는데도 유유자적 리빌딩 모드로 일관할 스타일은 아니다. 첫해부터 실적을 내야 향후 리더십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가을야구를 경험시켜준다는 무형적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객관적 여건은 KIA에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갈 길이 호락호락하진 않다. 첫째로 KIA 내부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 어린 선수들은 갈수록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디테일이 요구되는 승부처에서 대응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진다. 이런 부분들을 벤치에서 일일이 잡아줘야 하기에 김 감독의 머리가 복잡하다. 객관적 전력보다는 기세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라 갑자기 푹 꺾일 위험성이 늘 있다.
공격은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밸런스가 떨어진지 오래고, 선발진은 양현종~조쉬 스틴슨~임준혁의 뒤를 받쳐줄 4~5선발이 부재하다. 영건 홍건희, 박정수와 베테랑 김병현, 서재응을 써봤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못 얻고 있다. 결국 김광수, 최영필, 심동섭, 에반 믹, 윤석민 등 불펜야구로 잡을 경기를 반드시 놓치지 않는 ‘선택과 집중’이 KIA의 핵심전략이 될 상황이다.
둘째로 향후 일정이 만만치 않다. KIA는 9월 1~2일 한화와의 청주 원정 2연전을 5위 확보의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원정경기인데다 청주구장이 극단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이라 화력에서 밀리는 KIA로선 부담스럽다. 게다가 그 직후 광주로 이동해 롯데와 2연전을 치른 다음에는 삼성~NC~두산 등 1~3위를 차례로 만난다. 게다가 2연전마다 경기장소가 바뀌는 등 이동거리도 굉장히 길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는 KIA 전체의 공감대다. 감독과 선수들은 배짱 있게 활기찬 경기를 하고 있고, 프런트도 “이미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긴장감을 잃지 않는 스케줄 속에 신진 선수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쌓는 것도 엄청난 수확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