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과 허경민, 삼성 김상수(왼쪽부터)는 2009년 프로 입단 동기이자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로 각별한 사이다. 스포츠동아DB
1990년생 동기들 KS서 만나는 날 꿈꿔
2013년엔 김상수 부상으로 맞대결 불발
셋 다 양 팀 키플레이어로…선의의 경쟁
“(김)상수 보러 가야죠!”
두산 허경민(25)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는 듯 정수빈(25)과 함께 준PO와 PO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끌었다. 대망의 KS 무대에서 만난 1990년생 동기 정수빈, 허경민, 김상수(25·삼성)는 양 팀의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이들도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 2008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멤버들의 조우
2008년 7월 한국은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 주역들 중에는 정수빈, 허경민, 김상수가 있었다. 이들은 매년 시즌이 끝나면 한데 모여 우정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허경민은 이 모임이 아닌 KS에서 김상수와 만나는 날을 꿈꿨다. 셋은 2013년 KS에서 한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당시 허경민은 백업 신분이었고, 김상수는 손가락 골절로 벤치가 아닌 응원석에서 KS를 지켜봐야 했다. KS에서 격돌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허경민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엇갈린 3명의 운명
7년간 셋의 운명은 조금씩 엇갈렸다. 가장 ‘잘 나가는’ 선수는 김상수였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KS 우승을 4차례나 경험했다. 정수빈도 두산에서 빠른 발과 넓은 수비력을 인정받아 외야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반면 허경민은 손시헌(현 NC), 김재호 등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긴 2군 생활을 잘 이겨냈다. 허경민은 “(박)건우나 나나 기회가 올 때까지 열심히 훈련했다. 만약 마음이 풀어져 운동을 게을리 했다면 기회가 주어졌어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끼리 (김)현수 형 동기인 1987년생 선배들만큼은 아니어도 1990년생들도 언젠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자고 얘기를 많이 했다. KS에서 (김)상수를 만나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 삼성의 경계대상 1호 허경민-정수빈
이들은 각 팀의 경계대상이다. 김상수는 이미 삼성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올 시즌에는 부상이 겹치면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진 못했지만, 그가 그라운드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정수빈과 허경민도 마찬가지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구자욱은 정수빈과 허경민을 각각 경계대상으로 꼽았다. 삼성 강명구 전력분석원은 “청소년대표 시절에는 허경민이 김상수, 정수빈보다 좋았다”며 “잘 칠 뿐 아니라 작전수행도 좋고 발이 빠르다. 야구를 할 줄 안다. 이들을 얼마나 잘 막느냐에 따라 KS의 향방이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