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정우람(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74) 감독은 격노했다. 그리고 단호했다. 15일 시작하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을 짜면서 투타의 기둥인 김태균(34)과 정우람(31)을 제외했다. 둘은 지난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나란히 4년간 84억원에 사인하며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팀 내 최고 몸값의 선수들까지 과감하게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빼며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 감독은 7일 “올해는 훈련강도가 지난해보다 더 셀 것이다. 첫날부터 많이 뛸 것이다. 이미 선수들에게 얘기해뒀다”고 운을 뗀 뒤 “훈련 받을 몸이 안 돼 있는 선수가 많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어 “어차피 몸이 안 된 선수는 데려가도 2∼3일 안에 낙오된다. 김태균, 정우람뿐 아니라 레귤러(주전) 선수 중 고치에 못 가고 서산(2군훈련장)에 가서 훈련하는 선수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후 마무리훈련부터 과거와는 달리 코치와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며 한발 떨어져 지켜보기만 했다. 비활동기간인 12월에는 자율적으로 몸을 만들도록 허락했다.
당초 김 감독은 10일과 11일 캠프 명단을 확정하기 위해 체력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해외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선수들도 있어 시무식은 물론 체력테스트도 생략했다. 그 대신 구단 트레이너에게 현재 몸 상태를 정확히 보고하도록 했고, 트레이너의 보고서를 받아든 뒤 김 감독은 격노했다.
김 감독은 “15일부터 단체로 모여 몸을 만드는 게 아니다. 기술훈련이 시작돼야 한다”며 “선수들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특히 SK 시절 애제자로 큰 기대 속에 FA로 영입한 정우람에 대해 “김성근 밑에 오는 것이다. 새로운 팀에 오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현재 캠프 훈련에 70% 정도 따라올 수 있는 상태라고 하면 실상은 60% 정도밖에 안 됐다는 뜻 아니냐. 무슨 생각으로 우리 팀에 왔나 싶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김 감독은 “서산에 가는 멤버들은 아무리 주축 선수라도 몸 상태가 되지 않으면 캠프에 부르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