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최희섭. 스포츠동아DB
美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지서 재회
메이저리그 경험담 아낌없이 전수
한국인 최초의 타자 메이저리거 ‘빅초이’ 최희섭(36·사진)이 볼티모어 김현수(28)와 미네소타 박병호(29)의 도우미를 자임한다. 최희섭은 20일 “지난주 KIA 구단과 얘기가 됐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미네소타 구단에서 3개월 동안 연수를 받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10월 현역 은퇴를 결정한 최희섭은 ‘제2의 야구인생’ 설계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미국으로 단기연수를 가는 방향을 택했다.
3개월로 기간이 짧아 KIA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왕 떠나기로 결정한 만큼 사비를 들여서라도 미국 체류 기간을 더 늘릴 생각이다. 최희섭은 “연수를 마치면 무엇을 할지 확정된 것이 없다. 지금으로선 미국에서 야구 공부를 더 하며 기회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와 미네소타의 순서로 연수를 받는다. KIA는 포수 김상훈과 투수 유동훈이 201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에도 두 구단을 알아봐줬다. KIA와 업무 제휴를 해온 구단들이라 최희섭도 자연스럽게 이 코스를 밟게 됐다. 그런데 마침 볼티모어에 김현수, 미네소타에 박병호가 입단하게 된 상황이라 과거와 현재의 코리안 빅리거들의 만남이 가능하게 됐다.
최희섭은 늦어도 2월쯤 출국할 생각이다. 볼티모어와 미네소타는 플로리다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아직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중 어디에서 보직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스프링캠프지에서 김현수, 박병호와의 재회는 어렵지 않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더 큰 도전을 위해 메이저리그로 향한 박병호와 김현수에게도 메이저리그는 낯선 환경이다. 이런 이들 앞에 199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고 긴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한 뒤 200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한국인 최초의 타자 빅리거로 기록된 최희섭의 경험담은 천금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최희섭은 컵스∼플로리다(현 마이애미)∼LA 다저스∼보스턴∼탬파베이에서 2007년까지 뛰다가 2008년 고향팀 KIA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통산(363경기) 40홈런을 기록했다. 추신수(33·텍사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 안에서 느꼈던 유무형적 경험들을 박병호와 김현수에게 아낌없이 전달하고픈 마음이다.
최희섭은 KIA에선 2015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8시즌(634경기) 동안 100홈런 393타점을 올렸다. 특히 2009년에는 33홈런 100타점으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최희섭은 “마이너리그에서 배팅볼부터 던져주겠다는 각오로 배우겠다. 미국에 아직 지인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