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닥치고 공격! ” vs 울산 “닥치고 수비!”

입력 2011-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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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결승전은 정신력이 육체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면에서 체력이 고갈된 울산과 경기 감각이 떨어진 전북 간의 대결은 흥미를 더한다.스포츠동아DB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결승전은 정신력이 육체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면에서 체력이 고갈된 울산과 경기 감각이 떨어진 전북 간의 대결은 흥미를 더한다.스포츠동아DB

■ 이영진 해설위원 ‘미리본 챔프전’

전북→무서운 공격력

이동국·에닝요 등 다양한 공격자원
챔프전 직행…경기감 찾기 최우선

울산→매서운 상승세

수비 탄탄…팀플레이 놀라운 발전
PS 거치며 운도 따라…정신력 변수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지는 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이전 플레이오프(PO)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추구해온 기존 전술 패턴보다는 외부 영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의 챔프전 전망을 Q&A 형태로 알아본다.


Q:전북 최강희 감독과 울산 김호곤 감독이 챔프전 시간 변경으로 고민한다.
A:
1차전(오후 6시10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전체 스케줄을 50분씩 앞당기면 된다. 하지만 2차전(오후 1시30분)은 어렵다. 이 시간대는 대개 선수들이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때와 맞물린다. K리그에서 오후 5∼6시 경기는 해봤어도 아주 낯설다. 기상 시간부터 빨라져야 하고, 점심 식사를 오전 10시경 해야 하므로 생체 리듬이 깨질 수 있다. 평소 연습할 수도 없어 더 골치 아프다. 유럽도 아시아 팬들을 위해 TV 중계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정오나 이른 오후에 경기를 하는데, 선수들의 컨디션을 염두에 둬야 하는 벤치 입장에선 탐탁치 않을 수도 있다.


Q:요즘 울산의 상승세가 매섭다.
A: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경기를 이기면서 올라왔다는데 있다. 정규리그 최소실점 기록이 보여주듯, 울산은 6강PO에 돌입한 뒤에도 실점이 적은 경기 운영을 했다. 실점을 하지 않는 디펜스 밸런스의 영향이 팀 전체의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주전 골키퍼 김영광이 아닌, 김승규가 투입된 포항전을 통해 ‘어느 누가 들어와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도 상승세에 영향을 끼친다. 리그 때보다 공수 전체 흐름이 잘 맞아 떨어진다. 90분 게임과 승부차기 대결까지 두루 펼치며 외나무다리 승부의 절박감도 깼다. 울산이 특별히 공수 전환이 빨라진 건 아니다. 다만 팀플레이가 놀랍다.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은 선수 개개인 역량이 아니라 팀에서 나온다.


Q: 전북이 한참 동안 실전이 없었는데.
A:
전북은 첫 판부터 원정 게임이다. 경기 리듬과 감각을 전반 초반에 찾아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전북이 가진 아킬레스건이다. 중앙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역할과 에닝요, 루이스, 서정진, 이승현 등 막강한 공격 자원들이 제 몫을 발휘한다면 좋겠지만 강한 울산 수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패하면 다음 기회가 있는 리그와는 다른 차원이 될 것 같다. 일찌감치 모험을 걸 것인지, 아니면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할 것인지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도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홈과 원정 승부에 대한 경험을 많이 했다. 2경기를 해야 할 때, 더욱이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에 익숙하다.


Q: 1차전은 탐색전 성향이 된다는 말인가.
A:
양 팀에는 고유의 컬러와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 아마 챔프전이라고 해서 완전히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PO 승부를 보면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 울산이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울산의 견고한 수비를 너무 의식해 전북이 완벽하게 만드는 공격을 하려다보면 이미 때는 늦다. 전북이 오히려 공격적인 전개를 할 때, 울산의 균형을 무너뜨릴 확률이 높아진다. 상대가 진용을 구축하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상대 수비의 실책을 놓치지 않는 건 물론이다.


Q: 울산의 체력과 심리적인 부분은 어떻게 작용할까.

A: 울산의 플레이 패턴이 다양한 건 아니다. 개인 역량은 좋지만 각개 격파를 하며 공간을 찾는 느낌은 없다. 수비에서 조금 더 빠른 공격, 굳이 역습이 아니더라도 슛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매우 우수하다. 길게 상대 지역으로 볼을 띄워서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의 제공권에 기대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울산에는 운도 따르고 있다. 다른 팀들이 울산의 공격 패턴을 몰라서 실점하는 게 아니다. 알고도 막기 까다로운 게 울산의 강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심리가 안정감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느긋함으로 작용할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 여유와 긴장의 차이다. 결승전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수밖에 없다.

이영진 전 대구 감독·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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