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프로와 B프로의 수다] “늑장 플레이 때문이 죽는 줄 알았어!”

입력 2010-10-08 17: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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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코오롱 한국오픈 2라운드. 8일 경기를 일찍 끝낸 A프로와 B프로가 드라이빙 레인지에 나란히 자리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젊은 두 선수는 웨지를 꺼내들고 100야드 어프로치 샷으로 가볍게 몸을 풀던 A가 B에게 말을 걸었다.

“잘 쳤냐?”

“네, 좋았어요.”

“나는 어제 미치는 줄 알았다.”

“왜요”

“아마추어랑 같이 쳤는데 퍼트하려고 하면 앞에서 디보트 자국 수리하고 다니는 통에 퍼트를 할 수 있어야지. 그래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1개, 2개, 3개 끝없이 하지 뭐야. 참다못해 ‘나 퍼트해도 돼?’라고 물었더니 ‘네’라고 하는 거 있지”

“누군데요”

“누구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니까.”

“또 있어요?”

“뒤에서 내가 어프로치 하려고 하는 데 앞에서 연습스윙하고는 경사를 보려는 지 계속해서 앉았다 일어서고 있는 거야.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그래서 ‘내가 먼저 쳐도 되냐?’고 했더니 또 ‘네’라고 하는 거야. 어제 늦게 출발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한 홀이라도 더 쳐야 하는 데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동반자의 늑장 플레이는 선수에게 가장 큰 핸디캡이다. 집중력을 흐리고 플레이 리듬과 흐름을 깨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선 기피대상 1호다.

A프로의 하소연에 후배 B프로는 “힘들었겠네요”라며 위로하자 “그나마 내일부터는 아마추어랑 같이 치지 않게 되서 천만 다행이야. 정말 힘들었거든….”

골퍼들 사이에선 흔히 이렇게 말한다. “늑장 플레이 하는 골퍼의 버릇을 고쳐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느린 놈을 붙여 주는 것.”

천안|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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