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기간 활동 제한…자연스럽게 가까워져
때론 연인사이로 발전…국내선수 사례 없어
한국부모 지나친 자식사랑 은연중 경기개입
도넘은 행동 “몰랐다” 발뺌…영어시험 생겨
미 LPGA 투어는 세계 각국의 골프께나 친다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소문도 많다. 캐디와 선수의 밀애, 선수들끼리의 불미스런 사건, 성적에 집착한 부모들의 도를 넘는 행동 등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때론 연인사이로 발전…국내선수 사례 없어
한국부모 지나친 자식사랑 은연중 경기개입
도넘은 행동 “몰랐다” 발뺌…영어시험 생겨
때로는 한국선수들을 공격하는 소문으로 우리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적도 많았다. 2008년 갑자기 터져 나온 영어시험은 한국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든 가장 큰 사건이기도 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미 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여민선(40) 프로를 통해 지난 날 한국선수들을 괴롭혔던 의혹과 투어 현장에 떠돌았던 소문에 대한 진실을 밝혀봤다.
● 한국선수 부모들의 경기 개입 사실이었나?
2003년 투어에선 한국선수 부모들의 규칙 위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LPGA 측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동반 라운드를 했던 선수가 그 자리에서 경기위원을 부르지 않고 경기가 끝난 뒤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 사실에 대해 두 사람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상황은 이렇다. A선수 아버지와 B선수 어머니는 함께 경기를 보며 선수들을 따라 다녔다. 이때 A선수가 공을 찾는 과정에서 그 선수의 아버지가 일명 ‘알까기’ 하는 것을 B선수의 어머니가 목격했다.
LPGA에선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당시 투어에선 “사건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는 쪽에 무게가 더 실렸다. 선수들도 대부분 그렇게 믿었다. 그 일이 있은 이후 B선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A선수를 고운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았다.
결국 A는 선수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슬쩍 내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이밖에도 또 다른 선수의 아버지가 그린 뒤에 서서 세컨드 샷을 준비하는 선수에게 손으로 핀의 위치나 안전한 방향을 알려준다는 의혹도 있었다. 실제 이 일 때문에 부모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도를 넘어서 불미스런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 LPGA의 영어시험 적용, 한국선수 겨냥?
2008년 LPGA는 느닷없이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어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40여 명이나 되는 한국선수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영어시험을 본다고 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PGA가 한국선수들에게만 영어시험을 보게 하겠다고 국한하지 않았지만 그 결정은 한국선수들을 겨냥했다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몇몇 극성스러운 한국선수와 부모가 있었다.
사실 LPGA는 한국선수와 부모들로 종종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 예로 라커룸에서의 일이다. 대회 중 라커룸 안에는 선수들을 위해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선수들만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몇몇 부모들은 딸을 시켜 음식을 가지고 나오라고 해 함께 먹는 경우가 있었다. LPGA는 여러 차례 경고했고 벌금도 부과했지만 한국 부모들은 잘 지키지 않았다.
프로암 파티에서의 일도 문제가 됐다. 프로암 파티는 오직 선수와 후원자들을 위한 자리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의 부모는 이 때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LPGA에게는 당연히 곱지 않게 보였다.
연습라운드와 경기 중에도 룰을 어기는 부모들이 많았다. 코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쳐 놓은 로프 안으로 부모들이 들락거려 LPGA로부터 쫓겨난 일도 있었다. 이 때마다 부모들의 답변은 늘 한가지였다.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이었다. LPGA는 한국선수와 부모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영어시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일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선수들은 “인종차별이다. 한국선수가 잘하니까 배가 아파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영어테스트를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한국선수 전체가 매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지만 이기적인 건 죄다. 내 자식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이기적인 심리가 다른 선수들에게는 피해가 돼 발생한 해프닝이다.
● 캐디와 선수들의 밀애설 어디까지 사실인가?
사실이다. 그러나 전부 다 그런 건 아니다. 특히 한국선수들 사이에선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본다. 이런 일로 입방아에 오른 선수는 불과 몇 명에 그치지 않고 대부분 외국선수들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투어 특성상 선수들은 사람을 만나는 게 제한적이다. 매주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친구는커녕 데이트 할 시간도 없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캐디에게 눈을 돌리기도 한다.
투어 선수 중에선 ‘캐디 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도 있었다. 수시로 상대를 바꾸었던 그 선수의 복잡한 사생활은 투어 내 다른 선수들도 모두 알고 있을 정도였다. 워낙 좁은 바닥에다 똑같은 사람들과 1년 내내 같이 다니다 보니 별의 별 소문도 다 들린다. 심지어는 둘만이 알고 있어야 할 사생활까지도 선수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가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런 얘기를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사생활보다 더 중요한 건 성적이다.
여민선 프로
1987년 한국 주니어대표로 발탁됐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 간 미 LPGA 투어에서 활약, 베테랑 낸시 로페즈, 베시 킹 등과 친분이 두텁다. 2008년부터 ‘여 프로의 LPGA 뒷담화’를 게재하면서 칼럼니스트로 활동. 휘트니스 트레이너 및 퓨전일식 요리사, 주얼리 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력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