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태완. 스포츠동아DB
눈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부산 영도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기뻐서 운 적은 없는 것 같네요. 경남고 시절 우승 4번, 준우승 2번을 했는데 패하고 나서 운 기억만 남습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사람들이 하도 “떨리지 않느냐”고 물어와서 “난 고교 다닐 때 결승전만 6번을 치렀다”고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과 한국시리즈는 차원이 다르다”며 웃더군요. 정말로 그런지는 24일 1차전에 들어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중앙대를 거쳐 2004년 LG에 입단했는데 시범경기를 해보니 왜 이리 투수들의 공이 쉽게 느껴지던지…. 개막전부터 주전 3루수가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들어가니 변화구가 달라지더군요. 첫 3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5개나 당하고 2군으로 쫓겨났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해 37타수 3안타로 시즌을 마쳤고, 그 다음해에는 40타수 4안타가 전부였습니다. 너무 창피하고 실망스러워서 경찰청에 일찍 입대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제대하니 이제 야구를 못 하면 갈 곳이 집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될 듯 될 듯 안 풀리는 것이 야구더군요. 2008시즌 후 LG가 프리에이전트(FA)로 정성훈을 영입한 날, 또 남 몰래 울었습니다. 이제 여기서는 끝났다는, 한없는 절망감이 엄습했습니다. ‘백업이니까 주전보다 잘 해야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2012년 후반기 50타수에서 3안타밖에 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2년 12월 삼성-LG의 사상 첫 트레이드가 터졌습니다. ‘LG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라는 아픔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죠. 삼성에선 기껏 잘 해봤자 백업이고, 2군에 안 떨어지면 다행이라는 위기감이 덮쳤습니다. 그런데 후반기 주전 자리가 돌아오고 한국시리즈 선발 출장이라니…. 인생 모르는 것 같네요.
한국시리즈 생각은 딱 하나입니다. ‘수비만 잘 하자.’ 유격수를 맡을 정병곤은 LG에서 같이 넘어온 후배죠. 누가 누구한테 충고할 처지는 아니겠지만 병곤이한테 “우리 둘 사이에 플라이 볼이 뜨면 네가 잡아라”라고 말은 해뒀습니다. 책임회피가 아니라 수비는 병곤이가 더 잘 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면 삼성 선수들도 울겠죠? 야구인생에서 최초가 될 기쁨의 눈물을 간절히 바랍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