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시대'는 3개월 동안 24부작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제게는 거의 1년을 준비한 작품이에요. 시대극과 액션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신정태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SS501 리더 출신이자 '꽃보다 남자'가 '감격시대' 이전까지의 대표작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김현중이 신정태를 선택한 점은 놀랍다. 이미 배역 선택 때부터 뭔가는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서 있었던 셈이다.
"신정태를 맡으면서 컨디션과 상관없이 진짜 최선을 다했어요.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매 장면에 후회없이 촬영하려고 했죠. 만약에 이번 작품으로도 인정을 못 받는다면 '노력이 부족했다'가 아니라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려고 했어요."
김현중 본인과 시청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감격시대' 속 신정태는 자연스럽게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에 덩달아 김현중을 둘러싼 연기력에 대한 반응도 의심에서 호평으로 돌아섰다. 특히 극중 아버지인 최재성이 사망하고 홀로 방 안에서 슬픔을 삼키는 김현중의 모습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장면이 방송된 후 호평에 대해 묻자 김현중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시청자들이 오열신을 배우의 연기력 평가를 위한 잣대로 쓰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열신도 힘들지만 연기로 웃기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데요. 또,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는 장면 하나에도 이 캐릭터가 무슨 손을 쓰는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촬영을 해요. 그런데 오열신만으로 그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 아니다를 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김현중은 '감격시대'를 마친 소감을 묻자 "이 드라마에서 얻은 건 사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의미를 묻자 "모두가 다 알다시피 그렇게 시끄러운 일들이 벌어지는데도 서로를 배려하면서 촬영을 했다. 우리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모진 사람이 없어서 무사히 드라마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감격시대'는 1930년대 상하이 방삼통 거리처럼 온갖 우여곡절과 풍파의 중심에 서 있었다. 작가교체와 출연료 미지급 문제 등이 불거졌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여동생 청아의 생존을 알리며 끝낸 결말도 논란거리였다.
"작가 교체가 있고 나서 대본으로 읽은 신정태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많이 바뀌어져 있었어요. 그래도 그 때는 이미 꿈에서도 신이치에게 쫓길 정도로 몰입이 되어 있는 상태여서 어떤 식으로든 신정태화 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어 김현중은 "100억이 투자됐다고는 하지만 나는 못 믿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후 그는 "극이 진행될수록 세트장에서 먼가 하나씩 사라졌다. 스태프들도 방삼통 거리 아무 곳에서나 앉아 밥을 먹었다. 나중에는 방삼통 사람들 엑스트라보다 우리 스태프들이 더 많더라"며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계속 열악해지고 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잠깐 불만을 토로하고 다시 연기를 할 뿐이죠. 그래도 이 부분이 해결이 안되면 몇년 내로 한류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 이미 중국에서는 올림픽을 치뤄서 카메라나 영상장비들을 할리우드급 수준의 것들을 써요. 몇년 내로 한국 드라마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현중은 위의 대답처럼 의외의 질문에서 독특한 답을 내놓곤 했다. 그는 내년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군대 이야기를 스스로 꺼냈다. 그리고 군대에서 제대한 후 자신의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아마도 가수보다는 배우가 주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수 활동을 하더라도 그 때는 밴드활동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에서도 웃음코드를 활용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김현중에게 "군대에 갖다오면 잊혀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잊혀지지 않으려고 그 발버둥을 쳤는데 군대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군대를 미룬 건 솔직히 대중들이 절 잊을까봐 두려워서 나름 발버둥을 쳤던 거에요. 그런데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진 않을 거에요. 제대한 후에도 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본업에 충실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