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호, 품격 잃지 않았던 완벽한 우승!

입력 2015-11-21 2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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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 코리아

-일본을 위한 잔치에서 저력 보여준 한국야구
-삼수 끝 김광현의 호투…터진 박병호 3점홈런
-결승전서 미국 8-0 격파…대회 MVP 김현수
-악조건에도 품위 잃지 않았던 완벽한 우승


한국이 다시 한 번 세계야구의 정상에 올랐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초대 우승을 거머쥐었다. 역대 대표팀 중 최약체라는 평가, 자국의 우승을 위해 시나리오를 짜놓고 움직였던 개최국 일본의 ‘꼼수’, 심판의 오심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한국은 프리미어 12 B조에 배치돼 경기를 치렀다. 예선 5경기에서 3승2패로 8강에 진출한 뒤 쿠바를 잡았다. 준결승전에서는 ‘숙적’ 일본을 만나 9회 0-3에서 4-3으로 뒤집는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쓰며 결승에 진출했다. 가장 강력한 후보 일본을 무너뜨린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8-0으로 완승을 거두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회 MVP는 김현수로 선정됐다.

결승전 선발은 김광현(27·SK)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장원준(11.2이닝 8안타 3실점·방어율 2.31)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김광현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광현은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각종 국가대항전에서 대표팀 마운드를 굳건히 지켜왔다.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개막전에서도 가장 먼저 등판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많은 기대 속에 오른 개막전에서 2.2이닝 2실점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15일 미국전에서도 4.1이닝 2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얄궂게도 그가 마운드에 오른 예선 2경기는 한국이 모두 졌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김광현에게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기회를 줬다.

김광현은 독기를 품었다. 경기 전날 주어진 자율휴식에도 그라운드로 나와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날 5이닝 4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미국 타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4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의 부진을 훌훌 털어내는 호투였다.

한국 타자들도 김광현의 승리를 도왔다. 이용규가 1회 무사 1루서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올리더니, 김현수가 3회 무사 1루서 1타점 우중월 2루타를 날렸다. 4회 1사 만루서 김현수의 2타점짜리 우익선상 2루타로 4-0으로 달아났다. 이어진 2사 2·3루 찬스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박병호의 3점홈런이 터졌다. 박병호도 그동안 부진했지만, 도쿄돔 좌측 펜스 상단을 맞히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홈런을 터트리며 예비 메이저리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14일 조별예선 멕시코전 홈런에 이어 이번 대회 개인 2호 홈런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9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1사 만루서 정근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8-0을 만들었다.

한국의 우승이 더 의미 있었던 이유는 숱한 악조건을 딛고 일궈낸 ‘기적’이기 때문이다. 개최국이었던 일본이 써놨던 우승 시나리오대로 일정을 조정해도, 한국은 굳건했다. 선수들은 불리한 상황에도 오히려 더 하나로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 나갔다.

한국은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리머니를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장 정근우는 “여기는 타국이다. 과도한 세리머니로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선수들에게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프리미어 12는 우승을 하기 위한 일본의 과도한 욕심으로 ‘일본의, 일본을 위한, 일본에 의한 대회’라는 오명을 썼지만, 그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은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으며 완벽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도쿄(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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