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호날두에 맞고, 리얼 돌에 치이고…K리그, 내일은 달라질까요?

입력 2020-05-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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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막을 올린 K리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유력 외신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FC서울-광주FC의 K리그1(1부) 2라운드 경기가 열린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등장한 ‘리얼 돌(성인용품 인형)’ 응원단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서울 구단과 제공업체는 “성인용품과는 관계없다”고 항변했지만 일부 물품은 끝내 리얼 돌로 확인됐다.

심지어 리얼 돌 일부는 물품제공업체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성인용품업체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걸쳤고, 응원 피켓에 리얼 돌의 모델인 여성 이름이 적혀 파장은 더 컸다. 징계가 불가피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태 이틀 만인 19일 상벌위원회 회부를 결정한 뒤 다음 날 징계를 확정했다. ‘명예훼손’으로 제재금 1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서울 구단에 업체를 연결한 쪽은 연맹이다. 문제의 업체가 연맹을 거쳐 K리그의 대표 클럽을 궁지로 몰아놓는 동안 검증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맹은 관련 직원 1명에게 감봉 처분만을 내렸을 뿐이다.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다.

헛발질은 지난해 여름에도 있었다.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이탈리아)의 친선전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포르투갈)의 ‘노쇼 사태’로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도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이 행사를 주선한 에이전시(더 페스타)는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다. 그런데도 연맹은 이곳에 대회를 맡겼다. 결과는 파행. 당시 연맹은 “우린 주최자가 아닌 참가팀이다. K리그 운영기관으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물론 과거를 되돌릴 순 없다. ‘호날두 노쇼’와 ‘리얼 돌’ 사태 모두 엎질러진 물이다. 단,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연맹은 “바뀌겠다.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는데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1년도 채 되지 않아 ‘미흡한 검증’이란 실책을 반복했다.

여기에 상벌위가 리얼 돌에 ‘마케팅 광고규정 위반’을 적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현 규정으로는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리얼 돌과 관련 업체가 대중에 알려졌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일각에서 앰부시(교묘히 규제를 피하는) 마케팅을 거론한 배경이다.

‘호날두 노쇼’의 또 다른 논란거리는 경기장 A보드에 노출된 해외스포츠도박업체였다. 국내에선 불법이다. “미리 고지 받지 못했다. 이번에 학습했으니 달라지겠다”던 그 때 약속을 연맹이 성실히 이행했다면 어땠을까. 더욱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시행했다면 K리그가 성인용품의 홍보창구가 된, 지금의 서글픈 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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