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하거나 혹은 황당하거나…기억 속의 무대, 그리고 관객

입력 2012-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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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조휘 미니홈피·스포츠동아DB

사진|CJ E&M·조휘 미니홈피·스포츠동아DB

■ 뮤지컬 배우들이 말하는 ‘잊지 못할 관객’

배우들은 공연을 하면서 다양한 관객과 만난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경력의 배우라면 누구나 관객과 관련해 가슴 훈훈하거나 때로는 재미있고 황당했던 경험을 한두번은 겪기 마련이다. 뮤지컬 배우들이 공개하는 ‘잊지 못할 관객’들은 누가 있을까.


임철형 “앙드레김 선생님 눈부신 흰옷 그리워”

●…패션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은 공연장을 자주 찾는 뮤지컬 애호가였다. 그는 언제나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 옷을 입고 맨 앞 열에서 관람했다. 흰옷이 조명을 잘 반사해 그는 공연을 하는 배우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생전 정력적인 활동을 해온 그답게 피곤해서인지 종종 관람 중 숙면(?)을 취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무대위에서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가끔은 그립다.


구원영 “단 한 명의 관객…화장실 가자 올스톱”

●…동료 배우의 경험담. 소극장 공연을 하는데 관객이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이 한 명의 관객을 두고 무대에서 여러 명의 배우들이 일제히 군무를 추었다. 갑자기 맨 앞에서 추던 동료 배우가 동작을 멈추었다. 객석에 있던 유일한 관객 모습이 안보였다. 배우들이 어리둥절할 때 그 관객은 다시 들어왔다.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것. ‘귀한’ 관객이 자리에 앉자 배우들은 다시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는.


조휘 “딸 무릎에 앉자 ‘치한’ 취급한 어머니”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의 중반부에는 배우가 객석으로 내려가 여성 관객의 무릎에 앉아 즉흥 연기를 펼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날 따라 객석에 적당한 관객이 보이지 않았다. 할수 없이 초등학생쯤 되는 여자아이의 무릎에 앉아 연기를 하는데, 옆에 있던 아이 어머니가 “어머!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며 나를 계단으로 확 밀쳤다. 이후 한동안 머릿속에 ‘아저씨…’가 맴돌았다.


정선아 “너나 효도해∼ 알고보니 배우의 엄마”

●…배우들 사이에 유명한 일화. 남자 배우가 공연 중 “남자는 효를 행해야 하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도리요”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객석에서 한 중년 여성이 “너나 잘해. 이놈아”라고 큰 소리를 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관객은 배우의 어머니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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