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침묵을 지켰던 박주영(23·서울)이 결국 해냈다. 올림픽 대표팀이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축구 팬들의 관심사는 온통 박주영의 득점포 부활 여부였다.
박주영은 올림픽 직전 한국에서 치른 3차례 평가전에서 좋은 몸놀림을 보이고도 번번이 좋은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해 박성화 감독의 애를 태웠다. 주변에서는 ‘움직임이 좋으면 뭐하나,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어야지’라는 비아냥이 잇따랐고 박성화 감독에게는 ‘예전 박주영의 추억에 너무 젖어있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하지만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박주영을 직접 조련해 온 박성화 감독의 신뢰는 여전했다. 박성화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언론과 주변에서 박주영에게 너무 큰 압박을 주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박주영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려 애썼다.
동시에 박성화 감독은 박주영의 포지션 변화를 꾀했다. 그 동안 전문 투톱 요원으로 세웠던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 공격수이면서도 패싱력이 뛰어나고 킥력이 좋은 박주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작전은 적중했다.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전반 이근호와 함께 투톱으로 나섰던 박주영은 후반 시작과 함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자리를 옮기며 플레이가 살아났고 후반 23분에는 프리킥을 직접 골로 연결시켜 천금같은 선취골을 뽑아냈다. 그 동안 팀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홀로 남아 프리킥 연습으로 감각을 가다듬은 효과를 톡톡히 본 셈.
이날 박주영의 득점은 단순히 한 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박주영이 올림픽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골맛을 본 것은 2년이 돼간다. 박주영은 2006년 11월 14일 일본 21세 이하 대표팀과의 평가전 득점 이후 올림픽대표팀이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날 득점이 박주영의 오랜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