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꼴찌로 떨어졌는데 슬퍼할 이가 아무도 없다?’ 이런 해괴한 사태가 우리 히어로즈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패배 마케팅’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히어로즈는 홈 13연패에 이어 5월 31일, 6월 1일 목동 롯데전 연패로 꼴찌가 됐다. 꼴찌 추락이 확정된 목동 3연전에서 히어로즈는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롯데의 티켓 파워가 작용한 덕이었다. 그리고 히어로즈는 연패했다. KIA와 롯데 원정팬이 히어로즈를 먹여 살리는 형편. 팀이 패해야 관중이 오는 현실과 박노준 히어로즈 단장이 지향하는 메이저리그식 경영은 어디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히어로즈는 ‘승리=돈’이란 스포츠 마케팅의 기본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선각자일까. 사정이 이러하니 선수단의 ‘현대 프라이드’는 온데 간 데 없다. “팀은 꼴찌하고, 개인 성적은 좋아져서 FA로 딴 팀에 가야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이광환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의 손을 떠난 문제다. 또 하나 기막힌 모순은 특정팀이 망가져야 한국 프로야구가 성장하는 등식이다. 히어로즈가 야구계의 조롱과 멸시 대상으로 전락했는데도 박 단장은 ‘거품 빼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업적인지 프로야구의 품위 하락인지는 현실을 직시하면 바로 나온다. 야구선수 중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싶어 할 선수가 있을까. 우리 히어로즈의 꼴찌 추락은 2008년 한국 프로야구의 블랙 코미디다. 웃긴데 웃을 수 없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