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왼쪽 끝)는 히어로즈 사태의 실마리를 과연 어떻게 풀 것인가. 현재로선 KBO 이사회를 통한 해법 찾기가 가장 유력하다.스포츠동아DB
히어로즈 사태 전망과 과제
36억원 처리 방안 놓고 공방전 가열KBO 결국 이사회 소집 실타래 풀기
다수결 합의, 또다른 잡음 만들수도
히어로즈-LG-두산의 ‘수상한’ 거래로 촉발된 파문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여전히 히어로즈에 가입분납금 최종분 36억원을 완납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히어로즈-LG-두산은 한 목소리로 정당한 거래임을 주장하고 있다. ‘미납’ 가입금 36억원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히어로즈-LG 사이에 합의된 ‘외야수 이택근↔외야수 강병우+포수 박영복+현금 25억원’ 트레이드도 올스톱 상태다. 주말을 거치는 동안에도 당사자간 의견조율 또는 접점 찾기가 이뤄지지 않아 조만간 소집될 KBO 임시이사회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BO “임시이사회 소집한다!”
히어로즈가 서울 연고 보상금 명목으로 15억원씩, 총 30억원을 LG와 두산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먼저 KBO에 일괄적으로 입금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도 않았다. 결국 36억원의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히어로즈-LG-두산이 자의적으로 거래를 트면서 KBO를 무력화시키고 여타 구단의 반발을 자초한 꼴이 됐다.
그렇다면 ‘무시당한’ KBO와 여타 구단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히어로즈-삼성 간에 시도된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의 전말을 참고할 수 있다. 당시 KBO는 삼성과 히어로즈를 제외한 6개 구단과 주파수를 맞추고 여론을 수렴한 뒤 이사회를 열었고, 최종적으로 트레이드 승인 거부를 결정했다. 물론 이번에는 히어로즈-LG의 트레이드가 본질이 아니다. 36억원의 귀속처가 어디냐가 핵심이다.
KBO 관계자는 20일 “금주 내로 임시이사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히어로즈-LG-두산을 제외한 5개 구단과 KBO는 36억원의 향방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각 구단 사장과 KBO 총재는 모두 똑같이 1표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표결까지 간다면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이사회가 능사는 아니다?
히어로즈-LG-두산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KBO 이사회만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사태 해결의 장이다. 그러나 히어로즈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확신하기 힘든 처지에서 이사회가 과감하게(?) 모종의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뿐더러 설사 어떤 사항을 의결하더라도 그 실행과정이 새로운 문제의 출발점이 될 개연성도 농후하다. 가량 이사회가 히어로즈에 36억원을 KBO에 입금하라고 결정할 경우 히어로즈가 감당할 수 있을지, 또 이미 15억원씩을 받았다고 하는 두산과 LG가 그 돈을 히어로즈에 돌려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이사회 결정으로 말미암아 히어로즈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궁지에 몰리고, 나머지 7개 구단에까지 불똥이 튀어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사회는 공전될 수밖에 없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