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해체 후…꼬여버린 돈다발

입력 2009-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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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금 분배 논란 왜?
현대, SK에게 받은 54억원
서울 입성때 두산-LG 줄 돈
자금난에 수원 남게돼 혼란
SK“연고권 침해 보상 하라”


히어로즈와 LG가 합의한 ‘이택근 트레이드’가 결론을 얻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트레이드 자체보다는 ‘돈’이 갈등의 본질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가입금 분배’ 문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은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히어로즈 “가입금 120억원 완납”

히어로즈는 지난해 창단하면서 프로야구 가입금 120억원을 5차례에 걸쳐 KBO에 납부하기로 했다. 최종분 36억원 중 서울 입성금 명목으로 기존 서울 2개 구단 LG와 두산에 15억원씩 30억원을 지불하고, KBO에 남은 6억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LG와 두산은 지난 6월에도 히어로즈로부터 12억원씩을 받았다. 결국 LG와 두산은 이번까지 27억원씩 받은 셈이며 히어로즈가 서울 입성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총 54억원이다. 히어로즈로서는 5차례에 걸쳐 어쨌든 120억원을 완납했다는 주장이다.


○LG 두산 “서울 입성금 당연”

서울 입성금은 9년 전인 2000년 SK가 창단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현대는 “서울을 신생팀 SK에 줄 수 없다”며 자신들이 서울에 입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경기·강원 연고권을 SK에 양보하는 대가로 54억원을 받았지만 서울에 새 구장을 신설할 때까지 2∼3년간 수원을 임시거처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54억원을 서울에 입성할 때 LG와 두산에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갑자기 현대그룹이 기울면서 수원에 눌러앉게 됐다. 54억원도 구단 운영비로 쓴 뒤 2007시즌을 끝으로 해체되고 말았다. LG와 두산은 “현대의 서울 입성금 54억원을 이제야 히어로즈로부터 나눠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SK “현대의 연고권 침해 보상을”

SK는 “현대가 수원에 계속 눌러앉으면서 연고권을 침해당했다”며 “63억원을 받아야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SK가 산출한 63억원은 현대에 내준 54억원과 이에 대한 법정이자를 포함한 금액은 아니다. SK가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현대에 준 54억원에 대한 법정이자 ▲현대가 수원에서 얻은 이득 ▲침해받은 영업권이다. 모두 돌려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일정 부분을 돌려받겠다는 태도다.


○타 구단들의 반발

다른 구단들은 “히어로즈의 가입금 120억원은 KBO 및 프로야구 8개 구단의 공동자산”이라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서울 입성금이나 SK 연고권 침해 보상금으로 사용돼서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현대가 재정난으로 해체될 때까지 KBO 기금 130억원마저 끌어다 썼기 때문에 그 부분을 메우기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타 구단들은 “히어로즈가 6월에 LG와 두산에 서울 입성금 명목으로 이미 12억원씩 지급했다”며 “SK도 현대에게 받을 돈을 히어로즈 가입금에서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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