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조원희-설기현-김두현-이청용.(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먼저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한 지 5년째를 맞은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올해 희비가 엇갈렸다.
2008-2009 시즌에는 달콤함을 맛봤다. 소속팀 맨유의 리그 3연패를 이끈 주역이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로 탄생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9-2010 시즌에는 상황이 급반전됐다. 시즌 초반 맨유와 3년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무릎 부상과 로테이션 시스템에 막혀 12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지난 9일 베식타스(터키)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차전에서는 맨유 주전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수비수로 경기를 뛰는 굴욕을 맛보기도.
최근 두 경기에 한 번꼴로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주전 경쟁은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불안한 상황이다.
다른 선수들의 팀 내 입지도 박지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2월 여섯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 청운의 꿈을 이뤘던 조원희(26.위건 애슬레틱)는 이번 시즌 전반기에 '벤치만 지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감독이 교체되면서 계속해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급기야 방출 및 이적설까지 흘러나왔다.
그나마 조원희는 맨유와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 첫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내년 1월 챔피언십(2부 리그) 팀으로 임대될 가능성이 크다.
설기현 역시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서 임대를 마치고 풀럼으로 복귀했던 설기현은 프리시즌 6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주전 경쟁에 청신호를 밝히는 듯 했다.
하지만 정작 리그가 문을 열자 설기현은 로이 호지슨의 눈에 들지 못했다. 심지어 풀럼이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설기현을 트레이드 카드로 이용하거나 방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설기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현재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 내 이적 뿐만 아니라 챔피언십과 유럽 타 리그 이적 등 폭넓은 관점에서 새롭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팀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선수는 김두현(수원)이다. 2008년 5월 웨스트브롬위치로 완적 이적했던 김두현은 팀 내에서 주전 자리를 굳히는 듯 했지만, 같은 해 9월 오른쪽 내측 인대가 파열되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두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이 챔피언십으로 강등되자 빅리그의 꿈을 접고 국내로 돌아왔다.
부진을 거듭하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에서도 돋보이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블루 드래곤' 이청용(20.볼턴 원더러스)이었다.
이청용은 올해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리그에서 3골 2도움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약관의 나이에도 뛰어난 축구 감각을 선보이며 팀 내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다는 것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왜소한 체격 탓에 몸싸움이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지만 이청용은 이마저도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 이청용은 지금 박지성의 뒤를 이을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