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필요한 것은 격려와 배려
요즘 나광남(47) 심판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최근 두 차례 애매모호한 판정 이후 팬과 많은 매스컴의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지난 30일 광주 SK-KIA경기 도중 공교롭게도 대기심과 교체되기도 했다. 이례적이었다. 식중독 증세로 서울로 후송돼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지만 아마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소속된 심판 대부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실 나 심판은 프로야구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심판이었다. 판정이 정확한 심판으로 명성을 떨쳤다. 1군에 있는 심판 대부분도 그렇다.
최근 잇따른 오심으로 프로야구 심판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오심은 경기를 그르치게 하는 최악의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러나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오심을 놓고 마치 범죄자 취급까지 하는 게 요즘 형국이다.
어떤 이들은 당장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혹자는 외국인심판 도입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모두 한국프로야구를 사랑하는 애정 어린 제안들일 것이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들어가 보자. 야구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하는 불완전한 경기다. 실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선수도 심판도 마찬가지다. 모두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 어떤 심판도 경기 도중에 내리는 수많은 판단과 콜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실수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해서 쌓아온 것이 지금의 프로야구다.
최근 오심문제가 커진 것은 방송장비의 발달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심판의 판정 미숙과 오심횟수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경기를 안방으로 끌어간 방송사가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장면까지 특수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심판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한 전문가는 방송 해설자나 캐스터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마치 전체인 것처럼 여겨지면서 심판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붙였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할 때 KBO가 가장 신경 썼던 문제 중의 하나가 판정의 공정성이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다. 한국 심판들이 세계 야구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 심판들이 흔들린다. 심판이 흔들리면 그 스포츠 또한 설자리를 잃는다. 프로스포츠의 성공은 판정의 공정성, 심판의 권위와 직결된다. 이 원칙이 흔들리면 그 스포츠는 내리막이다.
프로야구 심판들은 지금 주눅이 들어 있다. 첨단 방송장비가 포착한 ‘실수’ 장면을 인터넷에 퍼 나르고 이를 확대 전파하는 수많은 네티즌 속에서 고독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 심판의 부담은 상상이상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비디오판독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장에선 경기 도중 애매모호한 순간이 나오면 각 구단이나 선수단은 영상을 보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더욱 강력하게 어필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심판도 대기심판이 TV화면을 보고 그라운드 안의 심판에게 사인을 주고 있다. 심판들은 항상 카메라에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판정이 더욱 소심해지는 이유다.
심판이 주눅 들다보니 소신 있는 판정을 하기도 힘들 것이다. 때로는 상상도 못한 황당한 실수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심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오심 심판을 두둔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한창 꽃을 피워가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의 앞날을 위해선 심판을 향한 채찍과 비난보다는 배려와 격려가 필요할 때다. 지금은 냉정해져야 한다. 못할 때 계속 혼낸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심판이 스스로 일어서서 잘 할 수 있도록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심판이 없으면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방송장비나 인터넷 영상은 결코 판정을 내리지 못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